
공정위 심사 연장할듯 “두꺼비에 올라탄 하이트맥주를 끌어 내려라!”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의 진로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심사 1차 기일이 13일로 다가왔다. 공정위는 ‘심도 깊은 분석’을 이유로 심사기간을 연장할 방침이지만, 관련 업계는 이미 경기장에 올라선 양상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10일 “하이트맥주의 진로인수는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라며 공정위에 정식 신고서를 냈다. 또 지방 소주업계는 최근 공정위의 요청에 따라 하이트-진로 기업결합에 대한 설문회신을 17일까지 보낼 예정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요 지방소주사 대표들이 이번주 안에 회동한다”며 업계의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하이트맥주의 진로인수가 굳히기에 들어가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다급함 속에 주류업체간 2차대전의 포문을 먼저 연 것이다. 오비맥주는 △소주-맥주 시장이 같은 주류시장으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으며 △하이트-진로의 유통망 결합은 ‘끼워팔기’를 심화시키고 △신규 시장진입을 사실상 원천봉쇄해 시장경쟁을 차단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예컨대 소주와 맥주는 주세율의 변화로 출고가격도 각각 800원과 1005원으로 비슷한데다 소주의 알콜도수가 낮아지고 있어 2003년 말부터 사실상 같은 ‘대중주’시장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하이트맥주의 영남지역 유통망과 진로의 수도권 장악력은 압도적”이라며 “수도권은 진로를 앞세워 하이트맥주를, 지방에서는 하이트를 앞세워 진로를 각각 밀어낼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겁내는 지방소주 업계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한편 유통망 단속 등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한 지방 소주업체 관계자는 “하이트맥주가 지방소주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걸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오비 “경쟁제한적 결합 위법” 포문
하이트쪽도 반박 보고서 낼 방침
지방 소주업계선 의견 모아 견제뜻
그러나 하이트맥주는 “끼워팔기로 승부하기엔 시대가 달라졌다”며 반박했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두산과 오비맥주 등이 인수경쟁에 참여했던 것도 유통망 공유의 이점을 겨냥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판단은 공정위 몫”이라고 말했다. 하이트맥주는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전문기관에 의뢰해 시장상황 등을 분석한 경제분석 보고서를 다음주 안에 공정위에 낼 방침이다. 오비맥주도 자신들의 논리를 담은 같은 보고서를 다음주 중에 낼 예정이어서 뜨거운 논박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사전심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공정위는 11일 247개 주류도매상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공문을 내려보내는 한편 관련업체들에게 추가적인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내부 분위기는 일단 소주-맥주가 동일시장이라거나 끼워팔기의 위험성을 들어 반대하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모든 술은 부분적으로 대체성이 있지만, 정도가 문제인 만큼 소주-맥주를 동일시장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할인점의 급성장으로 주류 유통망이 제조업체에 장악되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며 “끼워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은 허용하되 시장점유율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식에는 부정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을 통해 효율이 높아지면 시장점유율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면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몰라도, 승인하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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