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전자결제액 반영해 최종수치 낮게 나타나
한국은행이 19일에 발표했던 지난해 12월의 어음부도율(전자결제 조정 후)은 0.04%였습니다. 전달 0.03%보다 조금 높아진 수준이긴 해도 국내외 금융위기 와중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기업들의 비명 소리를 고려할 때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2월에도 0.03%였고, 지난해 4월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0.06%였습니다. 기업의 자금 사정을 파악하는 바로미터(잣대)로 어음부도율을 더는 신뢰할 수 없게 된 걸까요?
어음부도율은 전체 어음교환 물량 가운데 부도를 낸 어음의 비율을 뜻합니다. 통상 금액 기준을 많이 활용합니다. 금융결제원을 통해 집계된 지난해 12월 어음교환액은 497조77억원, 부도금액은 1조48억원이었습니다. 이에 따른 어음부도율은 0.2%로 나타납니다. 한은의 공식 발표치 0.04%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유는 전자결제의 활성화에 있습니다. 부도금액을 교환액으로 나눠 산출한 0.2%는 ‘전자결제 조정 전’ 수치입니다. 그러나 한은은 1996년부터 ‘전자결제 조정 후’ 수치를 도입했으며, 이를 어음부도율의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금지급기나 은행창구를 통한 이체 같은 전자결제 방식으로 오간 자금 액수를 어음부도율 산출 때 반영한 것이지요.
1990년대 들어 기업들의 자금 거래에서 전자결제 비중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기업 자금거래에서 80~90%를 차지하던 실물 당좌수표 및 약속어음의 비중이 30% 안팎으로 낮아졌습니다. 전자결제 부분을 반영하지 않고는 기업의 자금거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됐고, 이는 어음부도율 산출 방식의 변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지난해 12월의 단순 어음부도율에서 전자결제 거래를 고려하면(전자결제 조정) 어음부도율 산식의 분모가 2200조원 수준으로 껑충 뜁니다. 이렇게 분모가 커짐에 따라 최종 부도율 수치는 낮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부도 업체 수가 늘어도 부도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도 비대한 분모 때문입니다.
그럼, 어음부도율은 의미 없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요? 한은 주식시장팀의 박정규 과장은 “부도율의 절대 수치보다 오르내리는 변화의 방향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도율 수치와 더불어 부도업체 수를 보조적으로 같이 살펴보면 여전히 의미 있는 잣대라는 것이지요.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한 금융위기 전엔 하루 부도업체 수가 8~9개였는데, 지금은 15개 안팎에 이르고 있습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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