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과 급격한 경기침체라는 이중고에 맞닥뜨린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자영업 폐업이 속출하면서 8년만에 자영업자 수가 6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장사를 계속하는 자영업자들도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일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08년 연평균 자영업자 수는 1년전보다 7만9천명 줄어든 597만명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수가 600만명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586만4천명) 이후 처음이다. 자영업자 수는 2005년 617만명까지 늘어난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가 급속하게 줄어든 것은 연말에 경기가 추락하면서 자영업 폐업이 속출한 탓이다. 지난해 12월 자영업자 수는 577만9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만3천명 감소했다. 11월만 해도 600만3천명으로 600만명선이 유지되고 있었지만 12월 들어 자영업자 수가 무려 22만4천명이나 줄어들었다.
현재 영업을 하고 있더라도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이미 위험수준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지난달 서울 등 대도시를 포함한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440곳을 대상으로 ‘긴급 경기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익을 낸다는 업체는 22.9%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28.4%는 “지난 6개월 사이 부채가 늘었다”고 대답했다. 또 소상공인(업체)을 대상으로 경기 동향을 조사한 결과, 1월 체감경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8.7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만큼 심리도 위축돼 있다.
자영업의 이런 몰락은 경기침체에 따른 민간 소비위축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주요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의 음식점 1개당 인구는 85명으로 미국의 606명, 일본의 177명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택시 1대당 인구도 한국이 165명으로, 일본의 296명보다 훨씬 적어 상대적으로 공급과잉이다.
이 때문에 당장 폐업을 막기 위한 자금 수혈보다는 장기적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창업자금 지원 등 금융지원 정책을 지양하고 임금 근로자로 전환하는 등 중장기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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