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오세아니아 빼곤 곤두박질…선박만 겨우 늘어
사상 최대 감소 폭을 보인 지난달 수출 실적을 보면, 지역이나 품목 등 모든 측면에서 기댈 언덕이 없어 보일 정도로 전망이 암울하다. 세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활로를 찾기 어려운 ‘천수답 경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양상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제시한 수출 목표치 4500억달러는 물론, 현실적인 전망치로 내세운 1% 증가(4267억달러)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1월 수출을 지역적으로 뜯어보면,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크게 줄었다.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5%와 2.1%에 지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두 지역의 수출 증가는 별 의미가 없다. 새로운 수출시장인 중남미나 아세안 등 개도국은 비교적 양호하다며 4500억달러 목표치를 제시했던 정부의 지난해 말 전망이 초반부터 빗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12월에 5.7%의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기록했던 중남미 수출조차 이번달엔 마이너스 36%를 기록했다. 게다가 아세안(-31.7%), 중동(-7.5%) 등 개도국의 수출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감소율도 32.2%로 3개월째 30%대 감소율을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의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개도국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품목별로도 감소 폭이 훨씬 가팔라졌다. 자동차의 경우 감소 폭이 11월 20.8%, 12월 29.6%였으나 이번에는 54.8%나 줄었다. 특히 극심한 소비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아세안과 중동 시장에 대한 자동차 수출도 각각 50%와 35.6%나 줄어 더 이상 ‘수출 안전지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전제품 역시 12월엔 26.4% 줄었으나 이번달엔 65.2%로 두배 이상의 감소를 기록했다. 그나마 선박 수출이 20.2%나 늘어 효자 노릇을 했지만 이마저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1월중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44%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의 감소는 향후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의 70% 정도는 수출용 상품을 만들기 위한 용도인데, 1월 원자재 수입은 22.5%나 격감했다. 자본재의 경우도 반도체 제조용장비가 79.1% 줄어든 것을 비롯해, 자동차부품이나 컴퓨터 부품 등의 수입도 각각 38.8%와 27.7%씩 줄었다. 수출 엔진이 식어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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