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유상감자해 현금 확보…대우건설 ‘풋백옵션’ 걸림돌
대한통운이 지분의 43% 가량을 유상감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럴 경우 최대주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에 1조5천억원의 현금이 들어오게 돼, 금호그룹에 대한 유동성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통운은 4일 지분의 43.22%에 해당하는 보통주 1736만4380주를 유상감자한다고 공시했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에 들어오는 대금을 포함해 모두 1조5238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주당 단가는 17만1000원이 적용되며, 5월14일 지급예정이다. 애초 법원은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대한통운을 매각하면서 단기 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한 참여자를 배제시킨다는 의미에서 대한통운 인수자가 1년동안 유상감자를 할 수 없도록 했다. 3월에 법원이 정한 ‘1년 시한’이 만료되면서 금호그룹이 유상감자를 결정한 것이다.
대한통운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23.95%)과 대우건설(23.95%)은 각각 7113억원씩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불어난 단기 부채 등을 갚을 수 있고, 그만큼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금호그룹 전체의 유동성 논란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대우건설의 풋백옵션 문제가 걸려 있다. 금호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2009년 12월 주가가 3만4천원을 밑돌 경우’ 투자자들의 보유 주식을 모두 되사주기로 했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가 1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12월에 풋백옵션을 모두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3조에서 최대 4조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그룹이 지금까지 확보한 유동성은 대한통운 유상감자로 1조5238억원, 금호생명 사옥 매각 2400억원, 금호산업과 대우건설의 계열사 지분 및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한 3954억원 등 모두 2조1592억원 가량이다. 유동성 확보의 또다른 중요한 축인 금호생명 매각은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건설 등 그룹의 3대 핵심 사업군들이 모두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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