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운임지수(BDI) 추이
삼선로직스 법정관리 신청
거미줄처럼 얽힌 ‘선박 빌리기’…유동성 부족업체 타격
동양종금 50억 등 금융권도 피해…운임 반등에 기대 2007년 매출액 기준으로 7위권 해운회사인 삼선로직스가 지난 6일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파장이 만만치 않게 번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삼선로직스 거래업체와 금융권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해운업계 관계자는 10일 “삼선로직스에 벌크선(철강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선박)을 빌려 준 업체만도 20여곳에 이른다”며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용대선(배를 빌리고 빌려 줌) 구조 때문에 유동성이 부족한 업체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선로직스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채무가 동결돼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삼선로직스에 벌크선을 빌려준 업체들은 용선료를 받지 못해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도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금증권은 9일 삼선로직스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에 따라 50억원의 부실 여신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해운업의 특성상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단계에서부터 금융권에는 2,3차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상당수 벌크선사들은 최근 몇년 동안의 해운업 호황을 타고 화물 운송은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벌크선 용대선 투기에 몰두해 왔다. 예를 들어 벌크선사가 1만달러에 배를 빌렸는데, 며칠 뒤 운임료가 1만2천달러로 오르면 화물을 운송하는 것보다는 다른 선사에 다시 배를 빌려주는 게 훨씬 안전하고 편하다. 이런 식으로 선박 1척에 많게는 예닐곱 해운업체들이 엮이면서 거품을 만들어냈다고 업계에선 전한다. 삼선로직스도 국내 소형 벌크선사인 ㅁ회사한테 배를 빌려, ㄴ물류회사에 다시 빌려준 게 화근이 됐다. 세계 경기 불황으로 업황이 악화되자 ㄴ물류회사는 삼선로직스에 조기반선(계약기간보다 빨리 배를 되돌려 줌)을 했고, 삼선로직스는 이를 다시 ㅁ회사한테 조기 반선했다가 ㅁ사로부터 3500만달러의 소송을 당했다. 삼선로직스는 또 최근 파산한 스위스 해운업체인 아르마다의 싱가포르 법인으로부터도 용선료 4500만달러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해운업계에선 폭락해온 벌크운임지수(BDI)의 반등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5월20일 1만1793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었던 운임지수는 지난해 12월5일 663포인트로 바닥을 확인한 뒤 최근 15일 동안 연속 상승하며 9일 1815포인트까지 올라섰다. 임종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물류연구부장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구류와 중국에서 수입하는 철광석 물동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큰 고비는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익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물동량이 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상승 여력이 있다”면서도 “선박 공급이 여전히 과잉상태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 운임지수 폭등은 투기 세력의 개입에 의한 것이지, 물동량이 지수 상승 폭만큼 크게 늘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동양종금 50억 등 금융권도 피해…운임 반등에 기대 2007년 매출액 기준으로 7위권 해운회사인 삼선로직스가 지난 6일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파장이 만만치 않게 번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삼선로직스 거래업체와 금융권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해운업계 관계자는 10일 “삼선로직스에 벌크선(철강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선박)을 빌려 준 업체만도 20여곳에 이른다”며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용대선(배를 빌리고 빌려 줌) 구조 때문에 유동성이 부족한 업체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선로직스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채무가 동결돼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삼선로직스에 벌크선을 빌려준 업체들은 용선료를 받지 못해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도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금증권은 9일 삼선로직스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에 따라 50억원의 부실 여신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해운업의 특성상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단계에서부터 금융권에는 2,3차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상당수 벌크선사들은 최근 몇년 동안의 해운업 호황을 타고 화물 운송은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벌크선 용대선 투기에 몰두해 왔다. 예를 들어 벌크선사가 1만달러에 배를 빌렸는데, 며칠 뒤 운임료가 1만2천달러로 오르면 화물을 운송하는 것보다는 다른 선사에 다시 배를 빌려주는 게 훨씬 안전하고 편하다. 이런 식으로 선박 1척에 많게는 예닐곱 해운업체들이 엮이면서 거품을 만들어냈다고 업계에선 전한다. 삼선로직스도 국내 소형 벌크선사인 ㅁ회사한테 배를 빌려, ㄴ물류회사에 다시 빌려준 게 화근이 됐다. 세계 경기 불황으로 업황이 악화되자 ㄴ물류회사는 삼선로직스에 조기반선(계약기간보다 빨리 배를 되돌려 줌)을 했고, 삼선로직스는 이를 다시 ㅁ회사한테 조기 반선했다가 ㅁ사로부터 3500만달러의 소송을 당했다. 삼선로직스는 또 최근 파산한 스위스 해운업체인 아르마다의 싱가포르 법인으로부터도 용선료 4500만달러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해운업계에선 폭락해온 벌크운임지수(BDI)의 반등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5월20일 1만1793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었던 운임지수는 지난해 12월5일 663포인트로 바닥을 확인한 뒤 최근 15일 동안 연속 상승하며 9일 1815포인트까지 올라섰다. 임종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물류연구부장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구류와 중국에서 수입하는 철광석 물동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큰 고비는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익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물동량이 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상승 여력이 있다”면서도 “선박 공급이 여전히 과잉상태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 운임지수 폭등은 투기 세력의 개입에 의한 것이지, 물동량이 지수 상승 폭만큼 크게 늘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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