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경기도 성남 장애인촉진공단 강의실에서 지체 및 시각, 청각 장애인들로 구성된 옥션 장애인창업스쿨 교육생들이 창업 준비를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옥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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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 창업하교 가보니
“싼값에 들여오는 중국산 옷이 많은데, 가격 경쟁력이 있을까요?” “재고가 남으면 어떻게 처리하나요?”
경기 성남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강의실 문을 여니 열띤 토론이 한창이다. 앞 책상에는 반팔 티셔츠, 마른 오징어, 황태, 다이어트 운동화 등이 수북이 쌓여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창업 아이템을 다른 교육생들과 토론하는 시간이다. 언뜻 보기에 다른 창업 강좌들과 다르지 않지만, 주변의 휠체어와 목발들이 낯설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3주 동안 진행되는 옥션장애인창업학교 ‘나의 왼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육생들이다. 자기소개서와 판매계획서, 면접을 거쳐 8 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장애인 20명이 이 곳에서 함께 먹고 자며 온라인 창업에 필요한 컴퓨터 교육과 일반적인 창업요령을 배우고 있다.
창업 아이템 열띤 토론
‘인터넷 거상’을 꿈꾸며 한 자리에 모였지만, 걸어온 길과 사연은 제각각이다. 대부분이 지체장애 2급 이상이고,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도 1명씩 있다. 교육생 중 가장 어린 신현호(21)씨에게 명함을 건네니, 신씨는 받을 생각은 안하고 얼굴만 빤히 쳐다본다. 왼쪽 눈이 거의 실명상태고, 오른쪽 눈도 정면만 볼 수 있는 ‘편각’ 장애인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눈은 물론 몸의 왼쪽을 거의 쓸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신씨는 “오른쪽 눈이 보이긴 하는데, 작은 구멍으로 보는 것 같아요. 옆이나 위, 아래를 볼 수가 없어서…”하며 겸연쩍게 웃었다. 신씨는 부모님이 농사지은 참외와 수박, 딸기를 파는 온라인 매장을 내는 게 꿈이다. 신씨는 “어머니, 아버지가 고생해서 농사지으시는데, 너무 손해를 보고 파니까 마음이 아프다”며 “언제까지나 가족들한테 의지할 수도 없으니, 온라인 농산물 매장을 열어 일도 하고 부모님의 고생도 덜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키운 과일 팔것”
‘옥션 농아 판매인 1호’를 꿈꾸는 허명훈(34)씨는 수업시간에 가장 바쁘다. 상대방이 천천히 말하면 입모양을 보고 70%는 알아듣지만, 수업이 그렇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앞에서 진행되는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책상 앞 컴퓨터도 봐야 하고, 메모를 해야 하고, 수화통역까지 봐야 하니 고개를 잠시도 가만히 둘 수 없다. 허씨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여러개 있는데 지난번에 다니던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만두게 됐다”며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 욕심 안부리고 다른 사람 도우면서 살 것”이라며 웃었다.
“일하고 싶어 몸부림쳤죠”
장애인들은 여전히 번듯한 직장을 잡기 힘들고, 점포를 낼 밑천을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사고로 장애를 입은 후천적 장애인들의 절망은 더욱 크다. 안성옥(49)씨는 오른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5년 전 사고로 오른쪽 손이 잘려 의수를 하고 있다. 안씨는 이번 창업학교가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사고 뒤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는 안씨는 “장애인이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긴 했어도 그게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사고 뒤 2년은 손목 치료와 충격에서 벗어나는 기간이었고, 지난 3년은 일하고 싶어서 몸부림친 시간입니다. 취업·창업박람회는 안가본 곳이 없을 걸요.” 요즘 안씨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 손으로 열심히 타자연습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1분에 100타 정도 나온다며 수줍어했다. 디카·판촉물·배송비 지원 전자상거래 업체 옥션의 사회공헌팀 김소연 과장은 “온라인 창업은 일단 자본금이 거의 필요없는 데다 집에서도 전화나 전자우편을 통해 물건을 팔 수 있어 장애인에게 적합하다”며 “정규수업은 4시에 끝나지만 모두들 밤 11시까지 강의실에 남아 공부하고, 쉬는 날에는 회사에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옥션은 교육생들이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초기 창업에 필요한 디지털카메라, 판촉물, 배송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아일랜드 장애인의 인간승리 영화에서 이름을 따온 ‘나의 왼발’ 프로그램은 오는 9월과 11월에도 2기, 3기 과정을 계속해서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9일 만난 교육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서로를 부축하고 휠체어를 밀어주며 하나 둘 교실 문을 나섰다. 사업을 키워 다른 장애인에게도 일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이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희망으로 가는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장애인들은 여전히 번듯한 직장을 잡기 힘들고, 점포를 낼 밑천을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사고로 장애를 입은 후천적 장애인들의 절망은 더욱 크다. 안성옥(49)씨는 오른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5년 전 사고로 오른쪽 손이 잘려 의수를 하고 있다. 안씨는 이번 창업학교가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사고 뒤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는 안씨는 “장애인이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긴 했어도 그게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사고 뒤 2년은 손목 치료와 충격에서 벗어나는 기간이었고, 지난 3년은 일하고 싶어서 몸부림친 시간입니다. 취업·창업박람회는 안가본 곳이 없을 걸요.” 요즘 안씨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 손으로 열심히 타자연습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1분에 100타 정도 나온다며 수줍어했다. 디카·판촉물·배송비 지원 전자상거래 업체 옥션의 사회공헌팀 김소연 과장은 “온라인 창업은 일단 자본금이 거의 필요없는 데다 집에서도 전화나 전자우편을 통해 물건을 팔 수 있어 장애인에게 적합하다”며 “정규수업은 4시에 끝나지만 모두들 밤 11시까지 강의실에 남아 공부하고, 쉬는 날에는 회사에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옥션은 교육생들이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초기 창업에 필요한 디지털카메라, 판촉물, 배송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아일랜드 장애인의 인간승리 영화에서 이름을 따온 ‘나의 왼발’ 프로그램은 오는 9월과 11월에도 2기, 3기 과정을 계속해서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9일 만난 교육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서로를 부축하고 휠체어를 밀어주며 하나 둘 교실 문을 나섰다. 사업을 키워 다른 장애인에게도 일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이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희망으로 가는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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