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부실채권 매입용으로만
정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이후 크게 두 차례에 걸쳐 공적자금을 조성했다. 한번은 주로 금융기관들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고, 또한번은 대우사태 등에 따른 금융권의 기업대출 부실을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1차 공적자금은 외환위기 직후 부실덩어리였던 종합 금융회사들을 정리하고, 대기업 연쇄부도로 사실상 자기자본까지 까먹은 제일은행 등을 정상화하기 위해 97년 말과 98년 초에 64조원 한도로 조성했다. 그 가운데 43조5천억원은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기금에 배정돼 주로 은행 자본을 확충하고 부실 금융기관 이용자한테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데 쓰였다. 나머지 20조5천억원은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정리기금에 배정돼,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 2차 공적자금은 99년 7월 대우그룹 부도, 2000년 5월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다시 대규모 금융부실이 발생하자 2000년 말 4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이렇게 투입된 10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원금 기준으로 55%가량이 회수됐다. 부실채권 정리기금은 나중에 부실채권을 되팔아 상당한 잉여금을 남겼지만, 예금보험기금이 투입자금을 제대로 다 회수하지 못해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웠다.
정부가 이번에 조성하는 공적자금은 부실채권 매입용으로만 쓰인다. 따라서 외환위기 때 조성된 공적자금 가운데 부실채권 정리기금과 목적이나 운영방식이 비슷하다. 예금 대지급이나 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공적자금 조성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은행 재무구조 건실화 문제는, 한국은행 등의 출자금으로 현재 조성중인 ‘자본확충 펀드’를 활용해 막아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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