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운임지수(BDI) 추이
만만치 않을 구조조정 작업
업황 따라 운임료 천지차…유동성 직접지원 어려워
외국선사와도 용·대선…정부·금융권 손쓸 방법 없어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 방침을 밝힌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해운업계의 적자와 난마처럼 얽혀있는 업계의 구조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철강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 해운업계의 운임료는 업황에 따라 최저치와 최대치의 차이가 거의 5~6배에 이를 정도로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는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게 된다. 예를 들어 ‘핸디사이즈’(재화중량 4만t급 이하의 소형 선박) 벌크선의 하루 용선료는 현재 1만2천달러(1년 장기 용선 기준) 정도지만, 해운업이 초호황이었던 지난해 7~8월엔 6만달러였다. 지난해 마지막 ‘상투’를 잡았던 해운업체가 실어나를 화물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 매일 6만달러의 용선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 상태가 한달 동안 지속되면 벌크선 한 척당 180만달러(약 27억1300만원)의 ‘생돈’이 그냥 나가게 되고, 벌크선을 10척 빌렸다면 한달 손실은 당연히 10배인 1800만달러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근본적으로 업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운업체의 금융권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향후 대출금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금융권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 해운업이 국내 선사뿐 아니라 외국 선사들과도 다단계판매처럼 용·대선(배를 빌리고 빌려 줌) 사슬로 엮여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선박 소유자인 선주를 꼭짓점으로 벌크선 한척에 많게는 7~8개의 선사가 아래로 연결돼 있다. 임대 차익만 챙기는 구조가 7~8번 물려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 선사가 용선료를 낼 수 없어 일찍 배를 돌려 줄 경우 사슬의 위쪽에 있는 선사들은 줄줄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나마 국내 업체들끼리는 용선료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외국 선사가 조기반선을 하면 국내 선사들은 제소 등 법적인 조처 이외에는 손을 쓸 방법이 별로 없다. 이 경우에는 정부나 금융권이 나서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이나 업계에서도 구조조정 필요성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에스티엑스(STX)팬오션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운사는 용·대선 영업비중이 80~90%에 이를 정도로 영업 구조가 기형적이다. 실제로 외국 선사와 국내 선사간 용·대선 고리 역할을 해온 몇몇 중견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임종관 해양물류연구부장은 “살아남을 회사보다는 죽을 회사를 발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하루라도 빨리 신속하게 처리해야 앞으로 해운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외국선사와도 용·대선…정부·금융권 손쓸 방법 없어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 방침을 밝힌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해운업계의 적자와 난마처럼 얽혀있는 업계의 구조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철강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 해운업계의 운임료는 업황에 따라 최저치와 최대치의 차이가 거의 5~6배에 이를 정도로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는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게 된다. 예를 들어 ‘핸디사이즈’(재화중량 4만t급 이하의 소형 선박) 벌크선의 하루 용선료는 현재 1만2천달러(1년 장기 용선 기준) 정도지만, 해운업이 초호황이었던 지난해 7~8월엔 6만달러였다. 지난해 마지막 ‘상투’를 잡았던 해운업체가 실어나를 화물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 매일 6만달러의 용선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 상태가 한달 동안 지속되면 벌크선 한 척당 180만달러(약 27억1300만원)의 ‘생돈’이 그냥 나가게 되고, 벌크선을 10척 빌렸다면 한달 손실은 당연히 10배인 1800만달러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근본적으로 업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운업체의 금융권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향후 대출금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금융권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 해운업이 국내 선사뿐 아니라 외국 선사들과도 다단계판매처럼 용·대선(배를 빌리고 빌려 줌) 사슬로 엮여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선박 소유자인 선주를 꼭짓점으로 벌크선 한척에 많게는 7~8개의 선사가 아래로 연결돼 있다. 임대 차익만 챙기는 구조가 7~8번 물려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 선사가 용선료를 낼 수 없어 일찍 배를 돌려 줄 경우 사슬의 위쪽에 있는 선사들은 줄줄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나마 국내 업체들끼리는 용선료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외국 선사가 조기반선을 하면 국내 선사들은 제소 등 법적인 조처 이외에는 손을 쓸 방법이 별로 없다. 이 경우에는 정부나 금융권이 나서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이나 업계에서도 구조조정 필요성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에스티엑스(STX)팬오션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운사는 용·대선 영업비중이 80~90%에 이를 정도로 영업 구조가 기형적이다. 실제로 외국 선사와 국내 선사간 용·대선 고리 역할을 해온 몇몇 중견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임종관 해양물류연구부장은 “살아남을 회사보다는 죽을 회사를 발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하루라도 빨리 신속하게 처리해야 앞으로 해운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