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적극방어 시사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선 가운데,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 2천억달러 유지에 연연하지 않고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는 ‘개입’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22일 “시장 개입 여부는 그 필요성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이 2천억달러 밑으로 줄어드는 문제는 개입을 할지 판단하는 데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의 외채 상환으로 외화 차입 규모 또한 줄고 있는 만큼,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에 지나치게 연연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외환당국의 이런 발언은 외환보유액 2천억달러 선을 유지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월말 현재 2017억4천만달러로 집계돼 있다. 그러나 유로 등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달러로 환산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외국인투자가들의 은행 대출금 회수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2천억달러 유지를 위해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질 경우, 환율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도 있음을 당국은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이 환율을 무리하게 끌어내리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국제 금융시장의 달러 강세 흐름을 거스르고 무리한 개입을 하다 외환보유액을 축낸 경험이 있는 까닭이다.
최근 동유럽발 금융위기 우려 등으로 달러 선호 경향이 다시 강해지고,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의 실물 부문에 타격을 주면서 원화 가치는 다른 주요국 통화에 견줘 훨씬 큰 폭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이런 흐름을 거스르기보다는 속도 조절 수준의 개입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급변동을 막기 위한 개입)을 기조로 하되, 국제 금융시장에 호재가 나오면 좀더 공세적인 매도 개입을 할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큰 폭의 등락이 나타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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