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아 2009’ 국제 컨퍼런스가 2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려 배리 아이켄그린 유시(UC)버클리대 교수가 ‘G-20 국제금융질서의 재편과 미국의 시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글로벌 코리아 2009’ 학술대회
로버트 루빈 등 석학들 참여…보호주의 확대 경계
“G20에서 IMF 개혁안 나와야” 4월 회의에 기대
로버트 루빈 등 석학들 참여…보호주의 확대 경계
“G20에서 IMF 개혁안 나와야” 4월 회의에 기대
오는 4월2일 런던에서 열리는 선진·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당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가 어떤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매우 중요한 자리다. 이 회의를 한달여 앞두고 23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09 : 재편되는 국제질서, 한국의 선택’이란 주제의 학술회의에서는 쉽게 매듭을 풀기 어려운 국제경제 상황과 G20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가 교차했다.
■ “보호무역 확대 안된다” 로버트 루빈 미국 전 재무장관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는 것을 경계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잘못된 보호주의는 누구도 보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하개발어젠다(DDA)가 결실을 못 맺으면 전 세계적으로 관세가 두 배 가량 인상될 것이고, 타결된다면 관세 상한선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디디에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미국의 저축률이 앞으로 6~7%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중국, 일본, 독일 등 무역수지 흑자국이 내수 위주의 성장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나라가 미국을 대신해 새로운 소비 시장이 돼줄 것인가는 앞으로 자리잡을 국제금융 체계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사안이다. 그의 말은 미국의 입장을 뚜렷하게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 신흥국 달러 유동성 안전장치 필요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세계 금융위기로 선진국 투자자본이 급속히 이탈하면서 아시아 각국의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국제공조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보유 유동성은 턱없이 부족하고 현행 지배구조도 아시아 국가의 이해가 반영되기 어렵다”며, 선진국들이 신흥국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 교수는 “G20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이 대타협(grand bargail)을 할 수 있으려면, 유사시에 신흥시장국에 대해 적절한 (달러) 유동성 공급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조건으로 확보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개혁이 필수적인 만큼, G20회의에서 이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리차드 포르테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도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기능 및 지배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G20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G8에서는 배제돼 있지만 G20 회원국이고, 내년에 의장국이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의 뜻을 적극 반영할 좋은 기회다.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최근 G20이 G7(선진 7개국)을 대신해 국제금융질서 재편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을 ‘쿠데타’에 비유했다. 그러나 그는 G20은 국제통화기금의 국제통화금융위원회 등 기존 기구들과 갈등을 빚을 수 있고, G20의 4개 실무그룹간 협업체제가 제한돼 비효율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티앙 드부아시유 프랑스 수상실 경제분석위원회 의장은 “G20 구성 국가의 이질성을 생각하면, 런던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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