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달러보다 더 강세를 보였던 엔화가 2월 이후 뚜렷한 약세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달러당 110엔 수준이던 엔화가치는 세계 금융위기가 퍼지고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자금을 활용한 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오면서 초강세를 보였다. 지난 2월 초엔 달러당 89엔에 이르렀다. 그러나 2월 초부터 엔화는 약세로 돌아서, 2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97엔대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의 약세 반전은 일본의 1월 수출이 45%나 감소하고, 무역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이는 등 일본 경제의 기초여건이 나빠진 탓이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도 일본에서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토러스 투자증권 이경수 분석가는 “금, 달러, 엔화라는 안전자산 삼각지대에서 엔화가 탈락하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3월에 기업 자금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어 4월 이전까지는 엔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도 “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일본 은행들의 손실이 커질 경우 엔 캐리 자금 청산 압박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엔화의 급격한 약세에도 원-엔 환율은 큰 변동없이 15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원화 또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엔화가 본격 약세를 보이면 ‘엔고’ 덕을 보던 수출기업들은 수출경쟁력 개선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271억달러에 이르는 일본에 대한 채무 부담은 다소 덜게 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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