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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올들어 수주 1건”…조선 빅3 ‘불안한 항해’

등록 2009-03-05 18:59수정 2009-03-05 20:35

선가(배값) 지수 추이
선가(배값) 지수 추이
현대중·대우조선·삼성중, 수주가뭄에 위기감 팽배
유럽 선박금융사 자금난·공급과잉 등 악재 겹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국내 ‘빅3’ 조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주 가뭄으로 애가 타는데다, 유럽 선박금융 회사들의 위기와 전세계적인 선박 공급 과잉 소식 등으로 미래 발주 전망도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3~4년치 일감을 쌓아놓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느긋해하던 대형 조선사들 사이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올해 들어 ‘빅3’들의 선박 수주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1월 6억8천만달러짜리 천연가스 생산 및 저장시설(LNG-FPSO)을 수주한 게 유일한 실적이다.

문제는 당분간 선주들이 신조선을 발주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선박금융의 중심지인 서유럽 금융기관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국가부도 우려가 나오는 동유럽에 거액을 대출해준데다, 선박가치 하락과 선사들의 업황 악화로 대출 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선박금융 은행인 독일의 하에스하(HSH) 노르트방크는 주정부와 시정부로부터 130억유로(약 25조6천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독일 선박펀드인 카게(KG)펀드도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을 건조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선박금융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주들은 대체로 10~20%정도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선박금융 형태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한 뒤 원리금을 장기상환하게 된다. 선박금융이 무너지면 발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결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변수는 선박의 수요와 공급이다. 물동량이 줄어도 선박이 부족하면 조선사들에 발주를 맡기게 된다. 그러나 지난 몇년의 해운업 호황기에 앞다퉈 발주했던 선박들이 건조를 마치고 올해부터 대거 쏟아진다. 예를 들어 20피트 컨테이너를 1만개 이상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들의 인도가 2012년까지 무려 150여척이나 예정돼 있다. 업계에선 2011년까지 선복량(배의 크기)이 매년 10%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주 입장에선 되레 발주했던 선박도 취소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선주들의 인도 연기 요청이나 중도급 지불 날짜 조정 요청도 조선사들로선 난감하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업황이 좋아졌을 경우 선주들과 관계를 고려하면 인도 연기요청을 뿌리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특정 선주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사실이 밖으로 새나가면 다른 선주들의 요청이 쏟아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빅 3’ 조선사 사장이나 임원들은 선주한테 전화가 오면 ‘자리에 없다고 얘기하라’고 비서에게 지시하거나, 선주들이 면담을 요청하면 출장을 핑계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선 수주가 끊기고, 중도급 지불 날짜 연기 요청이나 심지어 수주 취소까지 발생하자 대형 조선사들도 현금 흐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몇년 만에 지난달 7천억원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한 것은 ‘빅3’조선사들이 느끼는 긴장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느 누구도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올해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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