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단순투자 목적의 주식’으로 바꿔 회계처리를 해, 금융지주회사 지위를 어물쩍 벗어나려 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15일 공시한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기업회계기준서 제15호 최초 적용에 따라 당기부터 삼성생명 주식(19.34%)에 대해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에서 매도가능 증권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에버랜드는 앞으로 삼성생명 지분가치를 영업실적에 따라 변동해서 평가하지 않고, 지난해 말 장부가액인 1조6830억원으로 고정시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출자한 금융계열사의 지분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로 규정해,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2년안에 처분하고 금융자회사도 유사업종이 아닌 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런 지배구조의 고리가 무너질 경우에는 에버랜드 주식 25.1%를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경영권 승계에도 지장을 주게 돼, 그동안 삼성그룹 안에서는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지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게 큰 숙제였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는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 평가방식의 변경은 지난 1월 개정된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변호사)은 “지분법 적용대상 여부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재무와 영업정책 등을 결정할 수 있을만큼 임원선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못하느냐로 따져야 한다”면서 “지분법 적용을 않는 것은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가는 것을 피해기위한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달 20일 삼성에버랜드 등기이시직을 그만둔 데 이어 이날 삼성에스디아이, 삼성전기, 제일모직,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 5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고 삼성 쪽은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맡고 있는 계열사 등기이사직은 삼성전자와 삼성일본판매법인(SJC) 등 2개사로 줄었다.
박순빈 구본준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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