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개발·공공성 후퇴 우려
정부, 상반기 시행령 개정…공장증설 제한·최저임금제 등 대상
정부, 상반기 시행령 개정…공장증설 제한·최저임금제 등 대상
정부가 투자촉진 등 경제위기 극복에 부담을 주는 각종 규제의 효력을 2년 동안 중지하거나 완화해 적용하는 ‘한시적 규제유예’ 제도를 시행한다. ‘단전·단수 중단’ 등 서민들의 어려움을 달래는 방안도 일부 포함되지만, 중점은 공장 증설 제한이나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영업 관련 규제 등의 효력을 중단하는 데 있다. 특히 2년 뒤 규제 유예의 부작용이 없으면 규제 폐지도 추진하기로 해,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 삼아 필수적인 공공 규제마저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7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한시적 규제유예’ 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5월 안에 ‘유예’ 대상을 확정해 6월 말까지 시행령 개정 등 법적 절차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에 부담이 되는 규제들을 선별해서 경기 회복 때까지 한시적으로 시행을 중단·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가 신설 규제의 시행 시기를 60일간 일괄 연기한 적은 있지만, 기존 규제를 일시적으로 집행 중단하는 경우는 세계에서 처음이다. 특히 2년 뒤엔 원칙적으로 규제의 집행력을 되살리되, 규제 유예의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종국적인 폐지·완화도 추진하겠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구체적인 유예 대상 규제는 앞으로 부처 협의를 거쳐 확정되지만, 총리실은 이날 유예 대상으로 △창업·투자 때 각종 부담금 △자본금, 인력, 시설 등 창업 의무요건 △지역별 증설규모 제한 등 공장 입지·증설 규제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영업 규제, 집합교육 의무, 행정검사 △공과금 납부 기한 △단전·단수 등 공공서비스 제공 제한 등을 제시했다. 또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로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도 이천시 ㅅ사와 최저임금제 때문에 오히려 취업에 곤란을 느끼는 60살 고령자 등을 규제 피해 사례로 예시했다.
그러나 이번 조처의 파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는 국가 균형발전, 환경·교통부담금 등은 민생 인프라 확충, 창업 요건 규제는 김밥·치킨집 등 무분별한 소규모 창업 제한, 기업 행정검사나 최저임금제는 소비자·노동자 보호 등의 공공적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이것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은 60살 이상 고령자의 최저임금 감액 방안에 대해 “기업들이 50대 후반 노동자에 대해선 고용을 회피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송희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팀장은 “수도권 공장 규제 등은 한시적이라도 일단 풀면, 2년 뒤 이미 지은 공장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국가의 공적 기능 자체를 마비시켜 사회적·경제적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손원제 남종영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