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스톡옵션 부여 현황
SC제일·씨티·외환 등 중기대출 6천억원 줄여
구조조정은 재빨리…외환은 거액 스톡옵션도
구조조정은 재빨리…외환은 거액 스톡옵션도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지나친 ‘제 몫 챙기기’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등 고통분담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직원들 구조조정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계 사모펀드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외환은행은 신임 행장과 임원들에게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주총에서 의결해 집중적인 비판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31일 각 은행 집계 자료를 보면, 에스시(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2월말 기준 3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6조1000억원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20조3000억원인 외환은행을 제외하면, 에스시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두 외국계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14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 81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고객 편의를 높이는 데도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과 저축은행들이 1일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로 변경하기로 했지만 에스시제일은행과 에이치에스비시(HSBC)은행은 현행대로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을 유지하기로 해 고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외국계 은행들이 직원 줄이기에는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에스시제일은행은 지난해 9월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시행해 2007년보다 80여명 많은 190명을 내보냈고, 지난해 12월 한국씨티은행도 2007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98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에이치에스비시은행도 전체 직원의 5분의 1 수준인 210여명을 내보낼 예정이다.
더욱이 외환은행은 은행 경영진의 지나친 잇속 챙기기란 비난에도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결정해 눈총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은 이날 주총에서 래리 클레인 행장 내정자를 신임 행장으로 공식 선임하면서, 임직원 23명에게 총 165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 가운데 클레인 행장은 90만주(3년치), 장명기 수석부행장은 8만5000주를 행사가격 6300원에 배정받았다. 이날 주총에서는 2대 주주인 수출입은행과 3대 주주인 한국은행이 스톡옵션 부여에 반대해 표결까지 벌였지만, 83.57% 찬성으로 통과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경영 실적 악화로 자본확충펀드를 신청하거나 공적자금을 요청하게 되면 올해분 스톡옵션은 즉각 반납하기로 했다”며 “외환은행 나눔재단을 통해 일정 부분을 기부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대구은행 등은 이미 경영진에게 부여했거나 부여할 예정이던 스톡옵션을 자진 반납한 바 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은행 직원들의 임금 삭감과 동결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에게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여론을 의식해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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