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국가소송제 등 빠져
한-미 FTA와 차이점은
협상이 진행될 때부터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견줘 보면, 유럽연합(EU)과 벌이는 협상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의 특성이 미국 것과 달라, 여론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쟁점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협정 체결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비롯한 이른바 ‘4대 선결 조건’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국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요구 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다. 또 미국이 추진한 자유무역협정은 상품교역을 확대하는 시장개방을 뛰어넘어, 미국식 법과 제도를 우리나라에 옮겨 심는 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국가의 공공 정책권을 제한할 위험이 큰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협정 발효 뒤에는 시장개방 수준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역진금지(래칫) 규정 같은 독소 조항들이 지금껏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과 협정에는 이런 독소 조항이 없다. 그러나 상품시장 개방 폭은 한-미 에프티에이보다 더 크다. 유럽연합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최소한 미국과 합의한 수준의 개방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실제 품목수 기준으로 관세를 즉시 철폐하거나 3년내 철폐하는 조기 철폐 비율은 한국이 96%, 유럽연합은 99%로 잠정 타결되는 쪽으로 굳어져 있다. 이는 한-미 에프티에이의 조기 철폐 비율(한국 96.2%, 미국 91.4%)보다 높은 것이다.
미국과 협상에서는 서비스업 개방이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는 한 개방을 원칙으로 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썼지만, 유럽과 협상에서는 개방 항목을 하나씩 명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서비스업 개방도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농산물 분야는 한-미 에프티에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개방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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