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기업 순이익
작년 순익 93%↓…한전 ‘요금 억제’ 2.9조 적자
토공은 건설사 토지매입에 수천억 동원 ‘자금난’
토공은 건설사 토지매입에 수천억 동원 ‘자금난’
지난해 24개 공기업의 전체 순이익이 3310억원으로 2007년 5조1817억원의 15분의 1(6.4%)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기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한국전력이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본 데 따른 것이다.
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24곳의 지난해 경영 실적을 보면, 한국전력은 2007년 1조556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지난해엔 2조95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실적이 순익 기준으로 4조5093억원 나빠진 것이다. 한국전력의 실적 악화는 전체 24개 공기업의 순익 감소액 4조8507억원의 94%를 차지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비가 6조4천억원 늘었고, 6개 발전 자회사의 손실이 1조8천억원 줄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력 구입단가는 22.3% 올랐으나, 전기요금은 4.2%만 올랐다.
지난해 추경에서 3360억원을 지원받은 가스공사는 순이익이 2007년 3648억원에서 지난해 3308억원으로 64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주택공사와 주택보증은 순이익이 5601억원, 6688억원에서 2645억원과 2073억원으로 급감했다.
정부의 건설사 지원 정책에 적극 동원되고 있는 토지공사의 경우 지난해 실적은 좋았지만, 올해 들어선 자금난을 겪고 있다. 토공은 판교 새도시 등 상업지구의 개발 이익 등으로 순이익이 2007년 9692억원에서 지난해 1조1642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올해엔 판매한 토지 대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건설사들의 토지를 사들이는 데만 수천억원을 쓰느라 자금난을 겪고 있다.
토공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건설사 토지를 매입하는 데 각각 3838억원과 3504억원을 지출했다. 반면, 토공이 토지 판매 비용으로 건설사들에게 받아야 할 돈은 회수가 늦어져, 지난 1월말 기준으로 택지 분양 대금 4조여원 가운데 87%인 3조5천억원이 연체됐다.
토공 관계자는 “건설사 토지 매입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소 어렵더라도 공기업으로서 견뎌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의 전기요금 동결은 수혜 대상이 거의 전국민이지만, 토공의 건설사 토지 매입은 공공이 아니라 건설사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남구 황춘화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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