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은행 외화채권 발행 현황
하나은, 10억달러 채권발행 성공…금리조건 좋아
신한도 9000만유로 차입…외평채 발행도 ‘기대’
신한도 9000만유로 차입…외평채 발행도 ‘기대’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하나은행이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정부의 외화 지급 보증채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앞으로도 시중은행들이 외화 조달에 속속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3일 “정부의 외화 지급 보증을 받아 10억달러 규모의 3년 만기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정부가 국내 은행의 외화 차입에 대해 보증을 서주는 장치를 마련한 뒤 국내 금융권에서 이뤄진 첫 보증채 발행이다. 발행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거래금리)+4.90%로, 올해 초 외화채권을 발행한 산업은행(리보+6.15%), 수출입은행(리보+6.25%)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다.
정부 지급보증 때문에 국내투자자의 참여가 배제됐음에도, 공모 결과 전세계 275개 기관으로부터 60억달러가 청약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이에 따라 애초 5억달러 정도 발행을 기대했던 하나은행은 발행 규모를 10억달러로 대폭 늘렸고, 금리도 예상보다 낮출 수 있었다. 하나은행은 발행대금으로 기존 대외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투자자의 지역별 분포도 아시아 55%, 미국 30%, 유럽 15% 등으로 골고루 구성돼 있다”며 “국내 은행의 정부 보증부 채권에 대한 외국투자자의 수요가 크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의 외화 차입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은행의 윤용로 행장은 6일부터 8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국내 은행 최초로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통화맞교환의 일종인 바이래터럴론(bilateral loan) 협약을 맺어 엔화 추가 차입의 물꼬를 틀 예정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정부 지급 보증을 받거나 자체 신용으로 외화채권을 발행할 방침이다.
수출입은행도 지난달 유럽지역을 돌며 ‘넌딜 로드쇼’(특정 채권 발행 목적이 아닌 향후 외채 발행 성공을 위해 잠재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로드쇼)를 개최했고, 상반기 중 외화채권 발행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엔화표시 채권(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와 비교하면 확실히 은행들의 외화차입 여건이 좋아졌다”며 “은행들의 외화채권 발행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정부 보증부 채권 발행 성공으로 정부의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외평채 가산금리인 신용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일 2.98%로 낮아져 발행 여건이 좋아진 상태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외평채 발행에 한 차례 실패한 정부는 올해 10억달러 규모 발행을 목표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말 이후 거의 2년 반 만에 이뤄지는 외평채 발행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맞물려 외환시장에 중요한 안전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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