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 대출 금리인하’ 체감 못한다 했더니… 평범한 봉급쟁이, 잘해야 0.2% 내려준다
‘주택담보 대출 금리인하’ 체감 못한다 했더니…
무소득자나 소액대출 가산금리 폐지 등
이런저런 조건 따져보면 거의 해당없어
무소득자나 소액대출 가산금리 폐지 등
이런저런 조건 따져보면 거의 해당없어
서울 강북지역의 아파트를 최근에 매입한 직장인 나승고(35)씨는 지난달 30일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한 시중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당시 은행 직원은 나씨에게 5.6%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씨는 생각보다 금리가 높다고 생각해 발길을 돌렸다가 4월부터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포인트 정도 인하한다는 기사를 보고 8일 다시 같은 은행을 찾아갔다. 하지만 나씨의 기대와는 달리 은행 직원은 “시디(CD)금리가 열흘 전과 똑같다”며 여전히 5.5~5.6%의 금리를 제시했다.
나씨는 “7년 동안 거래한 은행이고 카드사용과 급여이체 실적도 있지만 우대금리 대상자가 아니었고, 무소득자나 소액대출에 대한 가산금리 폐지는 나와 상관이 없다”며 “나처럼 평범한 봉급생활자가 20~30평대 아파트를 살 경우 금리 인하 혜택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한국씨티 등 시중은행들이 지난 1일 이후 앞다퉈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고객들의 ‘체감 금리’는 그대로다. 은행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1.0~2.3%포인트 내린 데 따른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고객은 극소수다.
국민은행은 금리를 최고 1.0%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영업점 판매마진 축소, 부채비율 과다 고객 가산금리 폐지, 주거래고객 우대금리 확대, 설정비 은행부담 가산금리 면제(전용면적 60㎡ 이하)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따라서 부채비율이 낮거나, 우대금리 적용을 못 받거나, 전용면적 60㎡를 넘는 주택을 산 경우에는 금리 인하 혜택이 판매마진 축소에 따른 0.3%포인트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은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연립·빌라·다세대 주택에 대한 가산금리 0.3%포인트를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다른 은행들에선 이미 없앤 제도다. 신한은행이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을 받을 때 부과하던 1.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받지 않기로 한 것도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주택을 담보로 500만원 이하의 대출을 받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한은행은 국민·우리·하나은행과 달리 판매마진을 축소하지 않아 금리 인하 혜택을 전혀 못 받을 수도 있다.
최고 1.7%포인트 금리를 내린다고 발표한 하나은행에서도 실질적인 금리 인하 혜택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연소득이 2천만원 이하이면서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또 대출 외 다른 거래를 할 경우 받는 감면 금리까지 더해야 인하 혜택을 최대로 누릴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주로 저소득층과 서민층을 타깃으로 해 금리를 인하하다 보니 혜택을 받는 고객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 1.05%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춘다고 발표한 우리은행의 조처 내용도 별로 다르지 않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 250% 초과자나 신용등급 9~10등급에 부과하던 가산금리 0.45%포인트 폐지와 ‘베스트 고객’ 이상에게 적용하는 우대금리 0.2%포인트 확대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우량 고객이 아닐 경우 받을 수 있는 금리 혜택은 크지 않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시디금리+3%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시디금리+2.8%로 일괄적으로 낮아졌다”며 “추가로 가산금리 폐지나 우대금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은 0.2%포인트 정도 금리 인하 효과밖에 못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과대포장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은 정부 요구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7~8%대의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 금리 인하 여력이 없는데도 여론에 밀려 조금이라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시디금리+3%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시디금리+2.8%로 일괄적으로 낮아졌다”며 “추가로 가산금리 폐지나 우대금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은 0.2%포인트 정도 금리 인하 효과밖에 못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과대포장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은 정부 요구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7~8%대의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 금리 인하 여력이 없는데도 여론에 밀려 조금이라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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