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의 동양마트에서 바라본 한 대기업 슈퍼마켓의 모습. 지난 1월22일 들어선 이곳은 동양마트와 불과 20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코앞에 기업형 슈퍼마켓 입점 뒤
동네슈퍼 매출 70만→30만원 뚝
“단골도 그쪽으로 발길 돌리더라”
동네슈퍼 매출 70만→30만원 뚝
“단골도 그쪽으로 발길 돌리더라”
신세계 이마트가 ‘기업형 슈퍼마켓’ 진출 계획을 밝히자 동네 슈퍼마켓과 재래시장 상인들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마트 1위 업체마저 진입할 경우 대형마트간 출점 경쟁이 가열되면서 이들의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들어선 한 대형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이 인근 골목 상권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봤다.
대기업 슈퍼 들어선 골목 가보니
지난 14일 텔레비전에서 한 대형마트의 광고가 나오자, 손영화(42)씨는 채널을 돌려버린다. 특별한 감정이 없었던 대형마트 브랜드였지만, 손씨는 이제 대형마트 간판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남편과 함께 4년째 운영하고 있는 슈퍼마켓(‘동양마트’) 바로 맞은편에 이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 탓이다.
올해 1월22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기업형 슈퍼마켓인 ‘ㅎ○○○’가 들어서자 동양마트의 하루평균 매출은 70만원에서 30만원 안팎으로 57%나 줄었다. 아파트 입구에 자리잡아 목이 좋은 동양마트는 그전에는 이익을 조금이나마 남길 수 있었으나 현재는 적자라고 한다. 한달 180만원인 임대료도 석달째 내지 못하고 있다.
14일 오후 3시께 찾아가 1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동양마트에 들른 사람은 단 4명뿐이었다. 그나마 3명은 담배를 사러 오는 손님이었고, 1명은 물건을 들이러 온 도매상이었다. 손씨는 “동네 단골들도 대기업이 없는 사람들 몫까지 싹쓸이하려고 한다고 위로를 해주지만, 더 깔끔해 보이는 그쪽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더라”고 말했다. 3천만원의 빚을 내어 슈퍼마켓을 연 뒤 4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덕에 이제 여유를 찾아가는데,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라는 게 손씨의 이야기다. 그는 “대형마트가 들어온다고 알았을 때 용기를 내서 1인 시위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양마트뿐 아니다. 이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 곳 반경 300미터 안에는 다른 슈퍼마켓 2곳과 식료품을 파는 곳 3곳이 있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매출 감소로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이 대형마트에서 7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케이마트’도 하루 매출이 150만원에서 70만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가게 주인 정철우(43)씨는 가게 문을 닫고 싶지만, 임대가 나가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 상가를 벗어난 골목에서 식료품을 파는 가게들도 타격을 크게 입고 있다. 15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정아무개(39)씨는 “하루 매출이 30~40%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슈퍼마켓형의 정식 영업시간은 밤 11시까지라지만 자정까지 문을 열고 있다”며 “늦게 고기를 사러 오는 사람들도 그쪽으로 몰린다”고 덧붙였다. 삼겹살 600g을 행사가로 9900원에 파는 대기업 슈퍼마켓과 1만2000원에 파는 정육점 간 경쟁의 승패는 분명해 보였다.
정육점 왼쪽에 붙어 있는 닭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게 주인은 “말해 무엇하나. 골목 분위기만 봐도 사정을 알 수 있지 않으냐”며 “지금 골목에서 나와 노는 사람들 모두 가게 주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정육점의 오른쪽에 있던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다. 채소와 과일, 반찬 등을 팔던 ‘우리네 장터’라는 가게는 한달 전 매출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처럼 동네 상권까지 잠식해 가는 기업형 슈퍼마켓은 대형마트 시장의 포화로 대기업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는 사업 분야다. 롯데유통의 ‘롯데슈퍼’, 지에스(GS)리테일의 ‘지에스수퍼마켓’,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3곳이 운영하는 점포는 현재 362곳. 삼성테스코는 올해 안으로 100곳을 더 열 계획이다. 여기에다 신세계 이마트마저 이 시장 진출을 선포해 기업형 슈퍼마켓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마켓 매출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체들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진단한다. 남서울대학교 원종문 교수(국제경영학부)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이른바 ‘빨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 교수는 “‘빨대 효과’는 대형마트가 지역에서 올린 매출의 대부분을 서울에 있는 본사로 가져가 지역에서는 돈이 오히려 마르게 되는 것을 뜻한다”며 “지역 경제와 유통 생태계를 파괴시켜 지역 공동체의 공동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김경배 회장은 “2007년에 새로 출점한 대형마트의 고용 인원은 1만8800명이었지만, 중소 유통업체가 감소해 줄어든 일자리는 2만6800개였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이처럼 동네 상권까지 잠식해 가는 기업형 슈퍼마켓은 대형마트 시장의 포화로 대기업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는 사업 분야다. 롯데유통의 ‘롯데슈퍼’, 지에스(GS)리테일의 ‘지에스수퍼마켓’,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3곳이 운영하는 점포는 현재 362곳. 삼성테스코는 올해 안으로 100곳을 더 열 계획이다. 여기에다 신세계 이마트마저 이 시장 진출을 선포해 기업형 슈퍼마켓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마켓 매출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체들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진단한다. 남서울대학교 원종문 교수(국제경영학부)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이른바 ‘빨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 교수는 “‘빨대 효과’는 대형마트가 지역에서 올린 매출의 대부분을 서울에 있는 본사로 가져가 지역에서는 돈이 오히려 마르게 되는 것을 뜻한다”며 “지역 경제와 유통 생태계를 파괴시켜 지역 공동체의 공동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김경배 회장은 “2007년에 새로 출점한 대형마트의 고용 인원은 1만8800명이었지만, 중소 유통업체가 감소해 줄어든 일자리는 2만6800개였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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