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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람 자르는 건 영미식…고용유지 경영이 결국 승리”

등록 2009-04-28 21:08

일본 호리바제작소 호리바 마사오(84) 최고고문
일본 호리바제작소 호리바 마사오(84) 최고고문
‘호리바제작소’ 64년 이끈 호리바 마사오에 듣다
지난해 반도체 매출 37% 줄었지만
감원 않고 인력 전환배치·신규채용
“경쟁력 키워가며 경기회복때 대비”

“인력 구조조정은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 먼저 경영 혁신 등의 개선책을 시행하고 그런 뒤에도 경영이 어려워져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할 경우 마지막으로 인원 감축을 택해야 한다. 이때도 ‘타임 셰어링’을 통해 최소화해야 한다.”

세계적인 분석·계측기 업체인 일본 호리바제작소의 호리바 마사오(84) 최고고문은 일단 고용한 사람에 대해서는 기업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이스트에서 ‘지식비즈니스와 일본식 경영’ 수업 특강을 위해 지난 23일 방한한 호리바 고문을 만났다. 그는 대학 3학년 때 이 회사를 세워 현재 연매출 1450억엔(약 2조원)의 우량 기업으로 키워냈다.

호리바 고문은 고용 유지를 우선시하는 아시아적 가치를 강조했다. 호리바제작소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주력 사업의 하나인 반도체 분야의 매출이 줄자 해당 인력을 다른 분야로 전환배치하고, 유급 휴가일을 늘리는 등 고용 유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호리바 고문은 이를 ‘타임 셰어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미식 경영은 직원들을 해고하면 주가나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식의 금융자본주의 원리를 따르지만, 아시아 기업들은 그룹 안 기업들이 서로 도와가며 고용을 유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리바제작소는 이를 기업경영에 적용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감원을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신규인력을 채용했다.

반도체, 자동차, 환경, 의학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이 회사의 고용유지 방식의 핵심은 전환배치와 근로시간 단축이다. 지난해 반도체 매출이 167억엔으로 2007년에 비해 37.8%나 떨어지자 이 분야 직원들을 다른 분야로 옮겼다. 지난해 7월 반도체 분야 직원 12명을 의료 분야 등으로 옮긴 데 이어 올해 3월과 4월에도 각각 10명과 16명을 다른 분야로 보냈다. 호리바 고문은 “한 분야에서만 일하는 사람은 보수적이지만 다른 분야로 가면 신선한 사람이 돼 새로운 발상을 통해 회사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호리바제작소 연매출 및 직원수 추이
호리바제작소 연매출 및 직원수 추이
5월부터는 2005년부터 도입한 한 달 하루씩의 유급 휴가를 늘릴 계획이다. 이경규 한국호리바제작소 대표는 “2005년부터 일본 호리바제작소가 매달 1주씩 주4일 근무를 도입했는데 생산성이 더 높아졌다”며 “다음달부터는 매달 2주씩 주4일 근무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신규 인력 충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일 11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이를 위해 기존 임원과 부·과장 등의 임금을 10~15% 삭감했다. 호리바 고문은 “직원을 교육하는 데 3년이 걸린다”며 “지금부터 경기가 회복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리바 고문은 이처럼 고용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향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시기에 (고용을 유지하려는) 지금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보여 아시아적 경영이 결국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처럼 기업에 고용을 강제하는 식은 무리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 강요로) 계속 뽑았다가 향후 일감이 없으면 기업이 감당하기 힘들다”며 “기업들이 협력할 필요는 있지만 일자리에 관해서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같은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의 사훈을 ‘재미있고, 즐겁게’로 정할 정도로 창의성을 강조하는 그는 “사람은 즐겁게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가 가장 경쟁력이 높다”며 “대기업을 가든 벤처기업을 택하든 즐겁게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학을 졸업한 뒤 안정적인 직장이 목적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며 “젊은이들도 일하는 행위를 즐길 필요가 있고 인생의 반려자를 택하듯 회사나 창업을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호리바제작소

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이 1945년 당시 교토대 3학년 때 ‘호리바무선연구소’라는 간판을 달고 세웠으며 일본의 ‘학생벤처 1호’로 평가받는다. 전세계 자동차 계측기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등 자동차·반도체·의학·환경 분야의 정밀 분석·계측기를 생산한다. 13개 계열사와 30여곳의 세계 지사를 갖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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