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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착한커피·착한옷…‘착한 소비자’와 만나다

등록 2009-05-10 21:18

9일 오후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행사에서 서울대 경제동아리‘사이프’(SIFE) 회원들이 ‘공정무역을 사랑한 패션니스트’라는 주제로 패션쇼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9일 오후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행사에서 서울대 경제동아리‘사이프’(SIFE) 회원들이 ‘공정무역을 사랑한 패션니스트’라는 주제로 패션쇼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현장
“가난한 나라 생산자에 제값 지불한단다”
딸과 함께 나온 엄마도 ‘윤리적 소비’ 동참
‘내가 사는 커피가 제3세계 농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죠?’

지난 9일 세계공정무역기구(WFTO)가 정한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이 열린 서울 덕수궁 돌담길 옆. 아름다운 가게, 아이쿱(iCOOP)생협 등이 파는 공정거래무역 제품을 집어든 소비자들과 판매자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색달랐다.

“이 초콜릿은 카카오를 따기 위해 아이들을 노동착취한 제품이 아니에요”, “3년 동안 농약을 뿌리지 않은 인도 토양에서 생산한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티셔츠예요.”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할 것 없이 ‘싼 값’ 또는 ‘명품 브랜드’는 중요치 않았다. 이들의 관심사는 제품 뒤에 숨어있는 ‘생산자들의 이야기’였다.

한국서도 관심늘어 쑥쑥 성장

양선희(44·중랑구 신내동)씨는 이날 초등학교 5학년 딸의 손을 잡고 일부러 나들이를 나왔다. 언론을 통해 막연히 알고만 있던 공정무역 제품을 아이에게 직접 접해보게 하고 싶어서다. 양씨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만든 물건을 정당한 가격에 사주는 게 공정무역”이라고 딸에게 설명해준 뒤, 아이쿱생협에서 파는 빵과 초콜릿(40g 1700원)을 샀다.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콜롬비아산 카카오를 원료로 합성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만든 초콜릿이다.


공정무역 제품 어떤게 있나
공정무역 제품 어떤게 있나
공정무역은 제3세계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급해 물건을 사주자는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운동이다. 빈곤국가한테 원조가 아니라 경제적 자립기반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소비자들도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공정무역 거래액은 2006년 국제공정무역연맹(IFAT) 집계로 약 26억달러에 이른다. 아직 전세계 교역규모의 0.01% 정도에 불과하지만, 교역량은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은 2~3년 전부터다. 2003년 아름다운 가게가 공정무역 커피인 ‘히말라야의 선물’을 팔면서부터 국내 공정무역이 시작됐다. 그 뒤 여성환경연대, 한국기독교청년회연맹(YMCA) 등 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정무역 제품을 들여오는 데 앞장섰고, 최근엔 소비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혀나가면서 ‘쑥쑥’ 크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의 공정무역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숍은 현재 100여곳에 이르고, 매출이 2007년 3억2천만원에서 지난해 8억8천만원까지 치솟는 등 연간 200~300%씩 성장하고 있다. 동티모르 커피 농민을 돕기 위해 2006년 한국기독교청년회연맹이 들여온 ‘피스커피’의 매출도 매년 2배씩 늘어나고 있다. 2007년 2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4억5천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부터는 이마트, 이달부터 씨제이(CJ)올리브영 매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필리핀 농민들이 수제로 만든 ‘착한 설탕’ 마스코바도와 공정무역커피 등을 수입하는 아이쿱생협은 공정무역을 시작한 지 1년여만에 9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기독교청년회연맹,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등 대표적인 공정무역 6개기관의 합계 매출액은 2004년 7천만원에서 2008년 28억5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세계 공정무역 매년 20%씩 증가


아름다운 가게 행사장에서 ‘아름다운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 행사장에서 ‘아름다운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연해주 고려인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청국장을 팔아 지난해 7~8억원의 매출을 올린 사회적 기업 ‘바리의 꿈’의 김영숙 부장은 “이기적인 소비패턴 대신 이왕이면 ‘생산자의 스토리’가 담긴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변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날 페스티벌에선 서울대 경제동아리 사이프(SIFE: Students In Free Enterprise) 학생들이 주최한 패션쇼가 열렸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가 인도에서 공정무역거래로 수입한 ‘오가닉 코튼’ 천을 이용해 의류학과 학생들이 디자인한 옷을 여대생 모델 17명이 직접 입고 무대에 오른 것이다. 행사를 기획한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 손주연씨는 “공정무역이라고 하면 보통 커피, 축구공만 떠올리는데, 천연재료로 만든 ‘착한 의류’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의 대중적 기반은 아직 탄탄하지 않다. 이날 우연히 지나가다가 ㈜페어트레이드코리아가 만든 공정무역 브랜드 ‘그루’에서 천연 아마씨가 들어있는 네팔산 안대를 산 박성지(42)씨는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공정무역 제품을 살 의향이 있지만 아직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오늘에야 처음으로 제품을 사봤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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