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가산금리와 원-달러 환율 추이
환율 급락세…정부 외환정책 방향 촉각
외국인 주식순매수로 대규모 달러유입 영향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 예방대책 필요” 지적
외국인 주식순매수로 대규모 달러유입 영향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 예방대책 필요” 지적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당국의 외환시장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하락은 수입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만, 수출기업들에게는 짐이 되는 등 양면성을 갖고 있다. 문제는 최근 환율 급락이 외국인들의 주식순매수에 따른 대규모 달러 유입에 힘입은 것이어서,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 추세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에선 이럴 때 당국이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액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3원 하락한 124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15일의 1239.5원 이후 최저치다. 이날 밤 뉴욕의 역외 선물환시장에서는 한 달 뒤 결제하는 원-달러 선물값이 전날보다 26원 떨어진 1231.5원까지 밀렸다.
최근 환율급락(원화강세)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가라앉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5년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는 지난해말 4.04%포인트에서 지난 7일에는 2.76%포인트까지 내렸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 4월 우리 증시에서 4조2천억원어치, 5월 들어 나흘간에 거래에서만 1조3941억원어치(유가증권시장 기준)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국내로 달러를 유입시켰다.
환율 하락은 물가안정에 도움을 주고,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부담을 대부분 떠안고 있는 중소 하청기업들의 부담도 덜어준다. 특히 통화파생상품 거래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고대하던 일이다. 하지만, 실물경제 호전보다는 급격한 자본유입 덕에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4월초 1600원을 넘던 원-엔 환율이 지난주말 1240원대로 떨어지면서, 고환율 덕에 선방해온 자동차업계 등에는 비상이 걸렸다. 엘지(LG)경제연구원은 10일 ‘최근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경영성과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주요 39개 기업의 매출액은 원화기준으로는 13.4% 증가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23.2% 감소했다”며, “‘환율 효과’를 빼면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극히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환율 급락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 추세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올 들어 3월까지 85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4월 무역수지도 60억달러의 흑자다. 변동성이 큰 자본수지와 달리 경상수지는 통화가치 안정에 가장 중요한 안전판인데, 환율이 급락하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가 207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내년과 2011년에도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이는 원-달러 환율을 1450~1500원이라고 가정하고 예상한 것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이대기 연구위원은 10일 ‘최근 금융위기에 대한 외환정책 대응의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정을 예방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 등을 마련해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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