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환경호르몬 논란 소재 사용 중단
“반찬통을 유리로 쓸지, 플라스틱을 쓸지 고민하지 마세요!”
국내 1위 밀폐용기 업체인 락앤락이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 논란을 불러일으킨 투명 플라스틱 소재 ‘피씨(PC·폴리카보네이트)’로 된 용기 생산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사실을 13일 공개했다.
락앤락 김준일 회장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식약청이 그릇·용기에 쓰도록 허가한 플라스틱 소재 41종 가운데 환경호르몬 논란을 부른 건 피씨 소재 딱 한 종류인데, 플라스틱 용기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피씨로 만든 우리 제품이 안전하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광범위한 소비자 불안을 우려해 지난해 9월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락앤락은 비스페놀A 논란에서 자유로운 투명 플라스틱 신소재 ‘트라이탄’을 쓴 친환경 브랜드 ‘비스프리(Bisfree)’ 라인을 새롭게 내놓는다고 밝혔다. 환경호르몬·어린이 아토피 문제 등이 생활 이슈로 자리잡자 플라스틱 제품의 3% 가량을 차지했던 피씨 소재 라인을 아예 빼버린 셈이다.
피씨 소재의 비스페놀A를 둘러싼 위험성 논란은 지난 2006년 불거져, 중소 플라스틱 용기 업체들이 줄도산할 만큼 사회적 파장이 컸다. 또 플라스틱 용기 전반으로 불신이 번져 삼광유리 ‘글라스락’ 등을 중심으로 유리 밀폐용기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국내 플라스틱 그릇·용기의 90% 정도는 피씨 소재가 아닌 피피(PP·폴리프로필렌)로 만들어진다. 흔히 반찬통으로 쓰는 밀폐용기가 이 소재인데,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인정하는 친환경 소재다. 다만 유리처럼 투명하지 못하고 열에 약해 열탕소독은 안 된다. 반면 피씨 소재는 유리처럼 투명한데다 끓는 물 소독이 가능해 젖병·물병 등에 많이 쓰였다. 하지만 원료로 쓰인 비스페놀A가 어린이 성조숙증, 정자수 감소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환경호르몬 논란이 불거졌다. 락앤락 이경숙 부장은 “플라스틱 용기는 개당 40초 공정이지만, 유리나 도자기는 30분~1시간이 걸려서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더 많다”며 “피피나 트라이탄은 재활용도 가능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라고 강조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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