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권역별 경제지표
소비시장 급성장에 국내 기업 관심 봇물
무역협회 “현지 맞춤형 판매 전략 펴야”
무역협회 “현지 맞춤형 판매 전략 펴야”
‘중국 내륙 소비시장을 잡아라!’
지린성, 네이멍구 등 중국 내륙지역에 쏠리는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달 말 대우인터내셔널 등 26개 기업을 이끌고 중국에 무역투자 상담회를 다녀온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하이 등 연안 대도시보다 내륙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무역협회는 ‘중국 내수시장 촉진단’을 꾸려 앞으로 두세 차례 더 중국 내륙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왜 베이징·상하이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내륙’일까? 우선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시성, 후베이성 등 내륙지방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모두 13%대 이상이었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베이징(9%), 상하이(9.7%)의 성장률보다 높다. 중국 정부가 4조위안(약 800조원)을 쏟아부어 농촌 지역의 가전제품, 컴퓨터, 자동차 구입을 지원하는 이른바 ‘하향’ 경기부양책을 펴는 것도 기대가 크다. 연안 대도시보다 외부 의존도가 낮아 세계 경기침체로부터도 한발짝 비켜나 있다. 중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지도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내륙이 ‘못사는’ 지역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2000년 네이멍구 지역 소득은 상하이의 36.4%에 불과했지만, 2007년엔 39%로 높아졌다. 허난성은 상하이의 35.5%에서 38%로, 지린성은 36.1%에서 41.3%로 소득수준이 각각 큰 폭으로 상승했다. 더구나 올해 1분기 중국 내 소비시장 실질성장률은 15.9%로 경제성장률의 2배가 넘는다. 그만큼 중국 내륙지역 중소도시 소비자들의 ‘지갑’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내어, 중국 내륙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독일 자동차회사 베엠베(BMW)는 중국 서부지역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충칭모터쇼에 최신식 모델을 선보이는 등 ‘친근한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다. 지이(GE)는 중국 정부의 농민건강보험제도 시행에 앞서 농촌지역을 겨냥해 낮은 가격의 컴퓨터 단층촬영기(CT)를 개발해 40%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일본 평화당백화점은 본국에서는 서민 대상 슈퍼마켓이지만, 중국 후난성에선 고급백화점으로 탈바꿈해 부유층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내륙지역 공략에 성공한 한국기업들도 있다. 2001년 허난성 정저우시에 한·중 합작법인을 설립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 삼일페인트의 고정찬 사장은 “허난성은 ‘짝퉁 천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곳으로, 중국 바이어 앞에서 직접 쥐에게 중국산 페인트와 삼일페인트를 동시에 먹여 ‘우리 제품이 냄새와 독성이 없다’는 걸 증명했다”며 “지역 특성에 맞춰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중국 내 굴착기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의 특수지형을 감안해, 공기가 희박한 고원지역이나 혹한지역에 맞춘 전용 굴착기를 내놨다. 그 결과 1997년 234대에 불과했던 실적이 지난해 1만2천대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박기임 수석연구원은 “철저한 현지 밀착형 판매전략을 펴고, 주력 내륙지역에 지역본부를 설립해 가격이 낮고 성능이 우수한 보급형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지역정부와 소비자에게 입소문을 통해 좋은 기업 이미지를 널리 퍼뜨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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