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가파른 상승에 떠났던 국외자금 유입 활기
실물경기 흐릿·세계경제 침체 여전, 낙관은 일러
실물경기 흐릿·세계경제 침체 여전, 낙관은 일러
‘브릭스’(BRICs)가 움츠렸던 날개를 다시 펴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4인방의 증시 상승률이 가파르다. 세계 경제가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은 투자자들을 맨 먼저 브릭스로 이끌었다. 하지만 브릭스 안 기상도가 서로 다른 데다, 맑아진 금융시장과 달리 실물경제가 여전히 흐리다는 한계도 뚜렷하다.
지난해 말 안전자산을 찾아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자금들이 브릭스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해외 펀드 자금 유입세는 지난주 말 기준으로 러시아에서 8주째, 중국에서 6주째, 인도와 브라질에선 5주째 이어지고 있다.
증시는 더욱 고무적이다. 지난해 선진국 증시보다 훨씬 큰 폭으로 추락했던 브릭스 증시는 이제 더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러시아의 에르테에스(RTS) 지수와 브라질의 보베스파 지수는 지난해 말 저점에 비해 각각 80%, 75% 이상 급등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 금융시장의 상황이 개선된데다,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브릭스 증시에 가장 크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지난해 저점 대비 약 10% 상승에 머물고 있다.
브릭스가 세계 경제 회복의 선두에 설 것이란 전망도 이 지역 자산시장의 빠른 회복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맨 앞에 중국이 섰다. 이미 지난해 11월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중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회복할 것이란 전망은 이제 대세로 굳혀졌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올 중국 경제의 성장률 예상치를 당초 6%에서 8.3%로 상향 조정했다.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는 지난해 저점 대비 70% 넘게 상승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반등으로 큰 수혜를 입고 있다.
하지만 낙관만 하기엔 조심스럽다. 1분기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9.5%를 기록하는 등 브릭스의 실물경제 회복엔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도 올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올 세계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1.3% 성장을 기록하고 내년에도 1.9%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 브릭스만의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면서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다소 떨어지는 러시아·브라질과 반대로 원자재 소비 대국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보이는 중국과 인도를 분리해 봐야 브릭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릭스가 이제 정치·경제적 협력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음달 러시아에선 브릭스 정상회담이 열린다. 지난달 초 열린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 사회에서 발언권을 크게 높인 브릭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롭게 발행하는 채권을 매입해 발언권도 키울 예정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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