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아시아 투자액 추이
한국 금융위기뒤 절반 감소…중·일은 더 활발
코트라 “전략시장…투자분야 다각화해야”
코트라 “전략시장…투자분야 다각화해야”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중·일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 진출 전략이 ‘3국 3색’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지난해 하반기 아세안과 인도에 대한 투자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움츠러들었다. 반면 중국은 수력·전력 등 자원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섰고, 일본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이 지역 내수시장에 침투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렸다.
코트라(KOTRA)가 26일 내놓은 ‘금융위기 이후 한·중·일 3국의 대아시아 현지 진출전략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한국의 아시아(아세안·인도) 투자금액은 23억4천만달러로 1년전에 견줘 49.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27.1% 줄어든 전체 대외투자액 감소폭보다 두 배 가까이 ‘저조한’ 실적이다. 대아시아 투자액은 올해 1분기에도 4억3천만달러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8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중국와 일본의 투자는 금융위기 전보다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 절상, 높은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국외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특히 동남아지역 진출이 두드러져, 지난해 중국 중소기업의 아세안 투자액은 35억5천만달러나 됐다. 코트라는 “특히 수력, 전략, 광산자원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투자액으로 한국의 4배, 중국의 25배나 되는 돈을 아시아에 쏟아부은 일본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48억6900만달러를 투자했다. 상반기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세계적인 주가하락과 엔고를 적극 활용해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는 일본이 아세안국가들을 제3국 수출을 위한 ‘제조기지’로만 여겼던 데서 한발 나아가, 내수시장 침투를 노린 투자가 많아지고 환경·에너지·물류로 진출분야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은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아세안 후발 4개국에 대한 투자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앞섰다. 한발 앞서 시장을 선점한 덕분이다. 베트남은 2007년 누계 기준으로 한국이 최대 투자국이다.
코트라는 2003년 이후 일본의 신규 진출이 거의 없는 미얀마에는 ‘과감한’ 선제 진출이 필요하고, 베트남에서는 기술기반, 부품소재 산업으로 투자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캄보디아는 전기·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 쪽을 두드려볼 것을 권했다. 기세명 코트라 아대양주팀장은 “아세안과 인도는 한국 총투자의 20%를 차지하는 전략시장”이라며 “쌍방향 협력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분야에 진출하고 투자분야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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