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뿌리 흔든다” 반발
국내 최대 벌크선 화주인 포스코와 한국전력이 ‘해운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해운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26일 관련 업계와 국토해양부의 말을 종합하면, 한전은 지난 1월 국토해양부에 해운업 진출 의사를 타진했고, 포스코는 최근 중견 해운업체인 대우로지스틱스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고 실사중이다. 한전과 포스코의 지난해 물동량은 각각 6000만톤, 7900만톤으로 국내 최대 벌크선 화주다. 업계에선 이들이 직접 해운업에 진출하면 대한해운·에스티엑스(STX)팬오션 등 대형 벌크선사는 물론이고 중소형 해운사 10여곳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토해양부로부터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사업 진출 허용’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받았다”며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해운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전과 포스코가 해운업 진출을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앞서 한전 발전 자회사와 포스코는 입찰을 통해 전체 물량의 10~16%가량을 일본 등 외국 선사에 맡겨 해운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이들의 해운업 진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법상 “원유·제철원료 등 대량화물의 화주가 해운업 등록을 신청하면 국토해양부 장관이 관련 업계·학계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한전에 이미 ‘불허’ 뜻을 밝혔고, 여전히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타당하지 않다”는 태도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면 국내 선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일본은 철광석 등 대량화물 100%를 자국 선사가 수송해 세계 1위 해운강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쪽은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철강과 연관된 사업 확장 기회를 찾던 중에 인수 제안이 들어와서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실무부서가 국토해양부에 문의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김영희 이형섭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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