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포럼 참석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
“경기침체 연말쯤 끝날 것…한국 펀더멘털 튼튼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부동산 감시 계속해야”
“경기침체 연말쯤 끝날 것…한국 펀더멘털 튼튼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부동산 감시 계속해야”
“세계경제 ‘터널의 끝’이 보이지만, 회복 속도는 더딜 것이다.” “한국은 과거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고 기초체력이 튼튼해 곧 건실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세계경제에 대한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2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 바닥을 쳤다고는 할 수 없다”며 “경기 침체가 올해 말쯤 끝날 것 같지만,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려면 1~2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한 ‘미국 경제의 12단계 붕괴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거시경제 전문가로,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미 모니터’의 공동 창립자이자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고용이 급감하고 주택 가격도 여전히 하락세에 있는 등 미국 경제는 아직도 심각한 침체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가려면 위기의 원인이었던 금융기관, 가계, 기업의 부채 문제가 깨끗이 정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또 미국의 과잉소비에 의해 지탱되어온 세계경제 시스템이 더는 유지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파티는 끝났다”며 “대미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국가들은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한국은 개방을 통해 경제 성공을 이뤄낸 모범사례”라며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이 찾아왔지만,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 분야의 절제와 감독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위기를 잘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의 재정 건전성 등 기초 체력이 강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북핵 사태가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한국 시장의 반응은 초기에 쇼크를 받는 모습이었지만 하루 만에 자신감을 회복했다”며 “이런 일이 예전에도 있었던데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펀더멘털은 튼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잠재성장률인 4%에는 못 미치겠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인 1.5%보다는 조금 높아질 것”이라며 “작년에는 한국 경제가 너무 위축됐지만 올해 1분기에 좋아졌고 2분기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 고쳐나가야 할 점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주택 등 부동산 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은 계속할 필요가 있고, 금융시스템도 더 개선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시장 친화적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각 분야의 생산성 증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나친 대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역내 교역을 증가시켜야 한다”며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의 경우 서비스 부문을 키우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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