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사상최대’ 원인 따져보니
하위 20%, 영세자영업자 몰락 등으로 소득 급감
상위 20%, 종부세환급 등 이전소득 27만원 늘어
하위 20%, 영세자영업자 몰락 등으로 소득 급감
상위 20%, 종부세환급 등 이전소득 27만원 늘어
지난해 5월23일 통계청은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처음 실시한 ‘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발표하던 소득분배 관련 지표 하나를 분기 단위로는 더는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득 상위 20% 계층(5분위)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값인 ‘5분위 소득배율’이다.
당시 통계청은 “가구간 연간 소득에 큰 차이가 없더라도 분기 소득이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 이 통계지표가 소득분배 실상을 왜곡한다”며 “앞으로는 연간 단위로만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설명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보조지표로 써온 5분위 소득배율 집계를 갑작스레 중단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계층간 소득격차를 키울 것임을 예상하고 공식발표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소득격차의 급격한 확대는 현실로 나타났다. 경기후퇴 속에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효과가 본격 반영된 올해 1분기 5분위 소득배율이 크게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새롭게 썼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경기후퇴 국면에서 사회취약계층의 가계소득이 가장 크게 줄어 소득격차가 확대되곤 한다. 그러나 올해엔 저소득 가구의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 감소폭이 보통의 경기후퇴 때보다 훨씬 커졌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 환급으로 고소득 가구의 이전소득이 급증해 5분위 소득배율이 급상승했다. ‘감세’와 ‘임금 삭감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 정책의 필연적 결과로 해석할 만하다.
통계청의 가계조사는 전국 9000여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표본가구를 소득 크기에 따라 5개 계층으로 나눠 살펴보면, 2인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한 5분위 소득배율은 참여정부 시기에도 조금씩 상승했다. 그런데, 이 지표가 올해에는 수직상승했다. 2005년 8.22배에서 지난해 8.41배로 완만히 상승하다, 올해엔 8.68배로 급격히 커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옆걸음질을 하던 도시근로자 가구 안의 소득격차가 급격히 커진 것도 올해 나타난 특징이다. 1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5.67배에서 6.09배로 커지며, 사상 처음 6배를 넘어섰다.
무엇이 계층간 소득격차를 이렇게 키운 것일까? 전국 가구의 소득격차 확대는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을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자영업자’가 포함된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을 보면, 1분위 계층은 전년동기대비 25.8%나 감소했다. 2분위(-4.22%), 3분위(-3.09%) 계층도 사업소득이 감소했지만, 4분위(+1.91%), 5분위(+5.62%) 계층은 증가했다. 고용통계에서도 지난 1분기에 자영업주가 전년동기대비 19만4천명(3.3%)이나 감소하는 등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도시근로자 가구 안에서는 1분위에 속하는 가구의 근로소득 감소가 두드러진다. 1분위 계층은 근로소득이 전년동기대비 6.88%나 줄었다.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의 취업시간이 급감한데다, 정부의 적극적인 임금삭감 유도가 최저소득계층의 임금 수준을 더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크다. 5분위 계층의 근로소득도 2.83% 줄기는 했지만, 1분위 계층보다는 감소율이 훨씬 낮았다.
저소득층의 사업소득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고소득계층은 종합부동산세를 환급받으면서 이전소득이 급증한 것도 계층간 소득격차를 키웠다. 도시 근로자가구 1분위 계층의 이전소득은 전년동기대비 1.98% 늘어나 별 변동이 없었다. 반면 5분위 계층의 이전소득은 지난해 월평균 21만4314원에서 올해엔 51만8209원으로 24만3895원(88.9%)이나 늘었다. 이는 1분위 계층 평균 근로소득(113만9426원)의 무려 21.4%에 해당하는 액수로, 5분위 계층의 평균소득을 지난해보다 3%가량 끌어올렸다. 도시 근로자가구 가운데 소득 상위 10% 계층만 보면, 종부세 환급 등에 따른 이전소득의 증가액은 월평균 35만2217원으로, 증가율이 무려 117.7%에 이르렀다. 종부세 환급은 이번 한 번에 그치지만, 부동산 자산이 많은 가계의 보유세 부담 완화는 앞으로도 계층간 가처분소득 격차를 키우게 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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