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기업경영 성과 추이
1분기 매출 -3.8%…5년반만에 처음 줄어
100곳중 41곳,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
100곳중 41곳,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
세계경제 침체 여파로 국내 제조업체들이 얻은 ‘성적’이 1년 새 뚝 떨어졌다. 특히 매출액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래 처음으로 줄어들었고, 수익성과 재무구조 모두 크게 나빠졌다.
한국은행이 전국의 상장·등록 법인 등 모두 15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기업의 1분기 매출액은 247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0.6%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제조업체 1064곳의 경영실적 악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제조업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에 견줘 3.8%나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제조업의 분기별 매출액이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매출액 증가율이 18.5%나 됐던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국내 주력 수출업종인 자동차(-22.2%), 석유·화학(-11.7%), 산업용 기계(-11.0%)의 매출액 감소가 유독 심했다. 박진욱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든 데는 지난해 1분기에 견줘 환율이 크게 올랐음에도 세계경제 침체로 수요 자체가 더 빨리 가라앉은 요인이 컸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세계경제 침체 앞에 ‘환율 효과’조차 그다지 맥을 추리지 못한 셈이다.
수익성과 재무구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제조업체의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은 1분기 중 2.2%에 그쳐 지난해 1분기(7.0%)보다 4.8%포인트나 낮아졌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1천원어치를 내다 팔고도 실제로는 고작 22원만을 손에 쥐었다는 뜻으로, 제조업체가 챙긴 몫이 지난해 1분기에 견줘 48원이나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1분기 787.3%에서 올 1분기에는 338.7%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장사를 해서 거둔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대기가 그만큼 더 버거워졌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자보상비율이 100%을 밑도는 제조업체의 비중은 40.6%로 지난해 1분기(32.3%)보다 8.3%포인트 높아졌다. 제조업체 100곳 중 4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밖에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분기 말 현재 110.1%로 1년 전(89.0%)보다 21.1%포인트 높아졌다. 박진욱 팀장은 “기업들이 자금부족을 해결하고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등을 늘리면서 재무구조도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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