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미 오버비(51) 주한미상공회의소 대표
21년만에 한국 떠나는 오버비 주한미상공회의소 대표
“한국에서 지낸 21년은 제 인생의 가장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태미 오버비(51·사진)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는 이날 환송 기자회견을 끝으로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11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다음달부터 워싱턴에 있는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으로 일하기 위해서다. 오버비 대표의 후임은 아직 미정 상태다.
그는 1995년 암참에 합류해 2300여개 회원사를 지원하고 한-미 경제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앞장서 왔다. 암참 대표는 2005년부터 맡았다.
오버비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건 1988년이었다. 그는 “당시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은 한국전쟁과 미국 육군 이동병원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매쉬(MASH)’라는 드라마가 전부였다”고 떠올렸다. 에이아이지(AIG) 한국지사 근무로 인연을 맺은 그는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던 한국의 매력에 끌려 계획보다 오래 한국에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금을 내놓아 국제 금 시세에 영향을 끼쳤던 일이나, 2002년 월드컵 때 울려퍼진 ‘대한민국’ 함성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추억했다. 그는 “이것이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힘”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안심하고 투자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암참 대표’다운 주문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인적 자원인데, 파업을 하고 투쟁하는 장면을 보도하는 외신 기사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을 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견 내내 “고향 같은 한국을 떠나는 서운함”을 내비치던 그는 “이것이 마지막이 아님”을 강조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한국과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한국의 발전모델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하는 미국 의회 의원들에게 협정의 중요성을 설명하겠다”고도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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