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프리워크아웃 신청 접수 첫날인 지난 4월13일 서울 중구 명동 센트럴 빌딩의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연체자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개인프리워크아웃 두달
신청자 5천명 넘어서…89명 채무 재조정
‘사채’ 빚 해당안돼…중도포기 ‘변수’도
신청자 5천명 넘어서…89명 채무 재조정
‘사채’ 빚 해당안돼…중도포기 ‘변수’도
“생계비로 쓸 돈 정도는 남겨놓고 월 상환액을 정했기 때문에 크게 낭비만 안 하면 충분히 갚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1년만 착실히 상환하면 1천만원까지 소액대출도 가능합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명동 센트럴빌딩 6층 신용회복위원회 강의실. 김윤용 전문상담역의 설명이 이어졌다. “자 이제 채무조정 합의서에 서명을 하시면 여러분은 개인프리워크아웃에 들어갑니다. 앞으로 안심하시고 생업에 전념하면서 매달 정해진 금액만 갚아나가면 그동안 고통스러웠던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13일 첫 신청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에 개인프리워크아웃 대상자들이 확정되기 시작했다. 개인프리워크아웃은 금융회사 채무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단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채무 재조정을 해줘 이들이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이날 신용회복위에서 열린 채무조정 합의서 체결식에서 서명을 한 김종석(가명·33)씨는 서울 지역 첫 개인프리워크아웃 대상자가 됐다. 김씨는 지난해 암에 걸린 친구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카드사 등 3곳에서 2천여만원을 빌렸다. 당시 실직 상태에 있던 친구의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어 돈을 마련해줬지만, 친구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친구도 연락이 끊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김씨는 경제위기로 장사가 되지 않아 운영하던 가게까지 정리했다. 상환일이 닥쳤지만 한꺼번에 목돈 2천만원은 도저히 갚을 수가 없었다. 두 달째 연체가 됐고, 카드사로부터 채권추심이 들어왔다.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개인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개인프리워크아웃 제도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신청을 했어요. 운이 좋았죠.” 김씨는 앞으로 66개월 동안 매달 49만7450원씩의 원리금을 갚아나가기로 채무 재조정을 했다. 연체이자는 면제 받았고, 20%가 훨씬 넘던 대출이자도 10%대로 감면받았다. “다행히 지난 4월에 중소업체에 취직해 180만원 가량 월급을 받기 때문에 갚아나갈 수 있습니다. 연체와 채권추심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카드사와 은행 등 모두 5군데 금융회사에 18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서정호(가명·34)씨는 지난 8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인프리워크아웃 대상자가 됐다. 어머니 병원비와 생활비를 보태드리기 위해 카드사에 진 빚 600만원을 두 달 넘게 연체해 빚 독촉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10년에 걸쳐 매달 조금씩 갚아나가면 된다. 3년 전 은행에서 빌린 뒤 거치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1200만원도 채무 재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매달 상환 액수는 40만원. 30%대와 20%대의 고금리는 각각 20%대와 10%대로 감면받았다. 지난 두 달여 동안 개인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5천 명을 넘었다. 김씨나 서씨처럼 병원비 때문에 빚을 진 사람, 보증을 잘못 서거나 경기침체로 사업에 실패해 단기 연체자가 된 사람 등 한계상황에 내몰린 채무자들이 신용회복위 상담실을 찾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2일까지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 채권 금융회사로부터 동의를 받은 사람은 884명이고, 개인프리워크아웃 대상자로 확정된 사람은 89명이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채무 재조정안 100건 가운데 97건 정도가 채권 금융회사로부터 동의를 받고 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채무 재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개인프리워크아웃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프리워크아웃이 첫발은 뗐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상대적으로 사정이 더 어려운 대부업체 채무 연체자는 개인프리워크아웃 신청을 할 수 없다. 협약에 참가한 3600여 개 채권 금융회사 가운데 대부업체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대부업체 쪽과 계속 접촉해 설득하고 있지만, 대부업의 조달금리가 너무 높아 참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도덕적 해이도 논란거리다. 실제로 카드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다가 3천여만원을 연체했지만, 채무 재조정 혜택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장기간에 걸쳐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방식이라 중도에 상환을 포기하는 채무자들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 연체기간이 4개월 이상이면 개인프리워크아웃이 중단되고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다. 개인프리워크아웃 대상자로 확정된 곽 아무개씨는 “같이 채무 재조정안에 서명한 사람들 대부분이 감면받은 금리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얘기했다”며 “상환할 원리금도 많고 상환 기간도 길어 변수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카드사와 은행 등 모두 5군데 금융회사에 18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서정호(가명·34)씨는 지난 8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인프리워크아웃 대상자가 됐다. 어머니 병원비와 생활비를 보태드리기 위해 카드사에 진 빚 600만원을 두 달 넘게 연체해 빚 독촉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10년에 걸쳐 매달 조금씩 갚아나가면 된다. 3년 전 은행에서 빌린 뒤 거치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1200만원도 채무 재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매달 상환 액수는 40만원. 30%대와 20%대의 고금리는 각각 20%대와 10%대로 감면받았다. 지난 두 달여 동안 개인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5천 명을 넘었다. 김씨나 서씨처럼 병원비 때문에 빚을 진 사람, 보증을 잘못 서거나 경기침체로 사업에 실패해 단기 연체자가 된 사람 등 한계상황에 내몰린 채무자들이 신용회복위 상담실을 찾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2일까지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 채권 금융회사로부터 동의를 받은 사람은 884명이고, 개인프리워크아웃 대상자로 확정된 사람은 89명이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채무 재조정안 100건 가운데 97건 정도가 채권 금융회사로부터 동의를 받고 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채무 재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개인프리워크아웃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프리워크아웃이 첫발은 뗐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상대적으로 사정이 더 어려운 대부업체 채무 연체자는 개인프리워크아웃 신청을 할 수 없다. 협약에 참가한 3600여 개 채권 금융회사 가운데 대부업체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대부업체 쪽과 계속 접촉해 설득하고 있지만, 대부업의 조달금리가 너무 높아 참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도덕적 해이도 논란거리다. 실제로 카드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다가 3천여만원을 연체했지만, 채무 재조정 혜택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장기간에 걸쳐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방식이라 중도에 상환을 포기하는 채무자들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 연체기간이 4개월 이상이면 개인프리워크아웃이 중단되고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다. 개인프리워크아웃 대상자로 확정된 곽 아무개씨는 “같이 채무 재조정안에 서명한 사람들 대부분이 감면받은 금리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얘기했다”며 “상환할 원리금도 많고 상환 기간도 길어 변수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