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가 큰폭 하락…경기회복 찬물 끼얹나
5월 7.6% 떨어져…71년이래 최대폭↓
환율 영향 커…수출기업 실적 ‘빨간불’
환율 영향 커…수출기업 실적 ‘빨간불’
수출 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소비·투자 등 내수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외날개’로 경기 회복을 이끌던 수출마저 동력을 잃을 경우, 하반기 들어 경기 회복세에 자칫 ‘복병’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출 물가는 지난해말보다 7.6%나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1월부터 5월까지의 5개월간 변동률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71년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수출 물가 상승률은 20.4%였다. 수출 물가란 우리나라 전체 수출총액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하는 211개 품목의 외화 기준 계약가격에 환율을 곱해 계산한 것으로, 원화를 기준으로 한 실제 수출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잣대다. 품목별로는 텔레비전 수상기 19.4%, 냉장고 16.1%, 무선 전화기 15.7%, 소형 승용차 10.5% 차례로 하락폭이 컸다.
수출 물가가 크게 내린데는 무엇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평균 1374원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에는 평균 1259원으로 115원이나 급락했다. 똑같이 달러 기준으로 100만달러를 수출한다 하더라도, 지난해 12월에는 13억74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지난달에는 12억5900만원으로 그 몫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주요 시장의 경기가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수요 침체로 가격 자체가 떨어지는 것도 한 이유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281억4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8.5%나 곤두박질쳤다. 전년 동월 대비 수출 감소세는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내리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이처럼 수출 물가가 떨어지면서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경우, 수출 물가 하락세에는 갈수록 속도가 붙어 수출 실적 역시 덩달아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원-달러 평균환율은 상반기 1345원에서 하반기 1145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침체속에서도 그나마 수출 대기업의 실적이 크게 나쁘지 않았던 건 환율 덕에 원화 기준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수출 물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하반기 들어 설령 수출 물량은 늘더라도 실제 실적은 크게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태정 우리금융그룹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속성상 경기의 방향 자체를 큰 틀에서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수출”이라며 “수출의 성장 견인 효과가 낮아져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하반기 들어 다시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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