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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산 씨돼지’ 꿈꾼다

등록 2009-06-22 19:06수정 2009-06-22 22:48

지지피 농장에서 기르는 씨돼지. 우성 인자를 가진 돼지를 생산하기 위한 교배 실험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지지피 농장에서 기르는 씨돼지. 우성 인자를 가진 돼지를 생산하기 위한 교배 실험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돈육사업 시스템화 기업 ‘선진’




단양 GGP 농장 12년째 ‘청정지대’
철저한 방역과 끊임없는 연구개발
최종목표는 수입씨돼지 의존 않는것

‘돼지고기는 시스템입니다’

축산전문기업인 선진이 올해 초부터 내보내고 있는 광고 문구다. 돼지고기가 ‘시스템’이라니?

선진은‘크린포크’라는 돼지고기 브랜드로 국내 관련시장에서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돼지고기의 원자재라고 볼 수 있는 씨돼지까지 직접 기르고 있다. 돼지고기 생산의 시스템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언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철저한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씨돼지가 있어야 한다는 게 선진 쪽 설명이다.

선진은 돈육사업의 수직계열화로 차별성을 꾀한다. 품질과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씨돼지 사육 뿐 아니라 사료 공급, 도살·가공, 최종 판매 단계까지 책임을 지고 표준화한 상품을 내놓는다. 이에 힘입어 수요 기복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고급 브랜드육 시장을 열었다. 선진은 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3582억원의 매출(사료사업 부문 포함)로 35.2%나 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도 크린포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늘었다.

충북 단양에 있는 선진의 지지피(GGP·Great Grand Parents·씨돼지를 키우는 농장) 농장은 간혹 돼지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주변에는 인가도, 큰 도로도 없다. 농장 앞으로는 단 하나의 비포장 길이 열려있을 뿐, 농장 뒤로는 높은 산으로만 둘러쳐져 있어 ‘천연 요새’를 방불케 했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가능성을 물으면 이곳 돼지들에 대한 모욕이다. 선진은 1997년 11월 이곳에 농장을 세웠다. 그 뒤 12년이 흐르며 돼지 콜레라나 구제역 등 숱한 돼지 전염병이 전국에 돌았지만 이곳은 단 한번도 돼지 관련 전염병이 침입하지 못했다. 이런 철저한 방역으로, 지난 1994년에는 국내 최초로 일본에 수출하는 돼지고기에 대해 잔류물질검사 면제판정을 받기도 했다.

외부인의 지지피 농장 출입은 월요일에만 허용된다. 12시께 점심을 먹기 위해 둘러 앉은 식탁 위에는 돼지고기는 눈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김치찌게에는 꽁치만 떠다닐 뿐이다. 이곳 농장에는 돼지고기뿐 아니라 닭고기와 소고기도 들어오지 못한다. 만에 하나 육류에 묻어 있는 균이 돼지에게 옮길까봐 서다.


양돈 산업 계열화 구조
양돈 산업 계열화 구조
지지피에서는 철저한 방역뿐 아니라 연구개발도 끊임없이 이뤄진다. 씨돼지 품질을 따지는 데는 ‘산자수’(암퇘지가 한번에 낳는 새끼의 수)가 기준이 된다. 축산 농가로서는 같은 비용을 들이자면 많은 새끼를 낳는 돼지를 키우려고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냥 무턱대고 새끼 많이 낳는 돼지가 태어나길 기다릴 수 없다. 우성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돼지를 끊임 없이 교배시켜 산자수를 높여야 한다. 선진의 지지피에서는 암퇘지 한 마리가 한 번에 낳는 새끼는 11.5마리 수준이다. 종자 산업에 강한 유럽의 산자수는 평균 13.5마리로 이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멀었다. 류제선 농장담당 팀장은 “2012년까지 산자수를 13.5마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진의 최종 목표는 수입 씨돼지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국내의 대부분 양돈 농가와 축산기업들은 수입산 씨돼지를 들여와 키운다. 한마리를 들여오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몇세대를 키워내면 또 다른 씨돼지를 들여와야 하는 구조적인 수입의존이 더 큰 문제다. 또 수입 씨돼지로 다른 모돈을 키워내면 유전자 지적재산권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선진은 수입 씨돼지 구입 비용이 들어갈 일이 없다. 이제 씨돼지 수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 돈육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국내 돈육 시장의 전체 규모는 4조원 수준이지만, 포장 브랜드 돈육시장 규모는 이 가운데 30%인 1조2천억 가량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선진의 크린포크와 목우촌 ‘돈육’, ‘생생포크’ 등이 포장 브랜드 돈육시장의 강자를 다투고 있지만, 전체 돈육 시장에서 보면 그 시장 점유율은 3% 미만이다. 여기에 다국적 농축산기업 아그로수퍼나 프랑스돈육협회가 최근 국내 돈육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 브랜드 돈육 생산 기업들은 이들의 공세 속에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것이다.

선진은 2004, 2005년에는 <포브스> 아시아판이 선정하는 ‘200대 월드베스트 중소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류제선 팀장도 선뜻 “세계 최고가 되기에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고 품질의 돼지를 키워내는 건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되는 게 아니다”라며 “묵묵하지만 36년을 지켜온 축산기업으로서의 면모를 이어간다면 아시아에서뿐 아니라 세계의 월드베스트 중소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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