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녹색금융상품 현황
8천억 그쳐…예·적금 3조이상 유치와 대조적
“지원대상 불명확, 경제성 평가능력 부족” 분석
“지원대상 불명확, 경제성 평가능력 부족” 분석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시중은행들이 ‘녹색금융’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실제 ‘녹색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9일 은행권 자료를 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기업은행과 농협 등이 내놓은 녹색 관련 수신상품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3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녹색기업에 대한 대출상품은 실적이 1조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친환경·에너지 절약 등을 앞세워 내놓은 수신 상품들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저탄소 녹색통장’은 1조5036억원(21만2365계좌)의 예금을 유치했다. 또 에너지 절약 실천 서약서를 작성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신한은행의 ‘신한 희망愛너지 적금’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7천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나은행이 웰빙과 녹색성장을 테마로 지난해 9월부터 판매 중인 ‘에스(S) 라인 적금 그린’도 수신액 55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녹색기업에 대한 대출 상품 실적은 8천여억원에 그쳤다. 기업은행이 청정에너지 산업과 하이브리드카 등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녹색기술산업 기업들에 대출해주는 ‘녹색성장기업대출’ 상품이 3개월간 3909억원(1342건)을 대출한 것을 비롯해 하나은행의 ‘태양광발전시설대출’(1822억원), 국민은행의 ‘케이비 그린 그로스 론(Green Growth Loan)’(1621원) 등 3개 상품만 대출 금액이 1천억원을 넘겼다. 나머지 녹색관련 대출상품들의 실적은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 4월 출시된 외환은행의 ‘녹색기업파트너론’의 실적은 121억원에 그쳤고, 우리은행이 발광다이오드(LED)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팔기 시작한 ‘우리 LED론’의 실적도 116억원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의 ‘우리로봇시대론’과 ‘우리그린솔라론’의 판매실적도 각각 17억원, 68억원으로 저조했다.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발전 사업자 등에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기업은행의 ‘태양광발전소건설자금 대출’과 신한은행의 ‘신한솔라파워론’도 각각 153억원, 93억원만 나갔다.
전문가들은 녹색기업에 대한 대출 실적이 부진한 것은 녹색기업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가 되어 있지 않아 지원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은행들이 녹색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이나 경제성을 평가하는 능력이 부족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구호만 앞섰지 실제 추진실적은 미미하다”며 “지원대상을 쉽게 선별하기 위해 녹색기업 지수 등을 개발해 이에 포함되는 기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금융지원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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