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합계출산율과 분유시장 규모 변화 추이
저출산으로 매출 급감…분유값 할인 다둥이 가정 확대
분유에 다국어 표기…차·음료사업 진출 등 매출 다변화
분유에 다국어 표기…차·음료사업 진출 등 매출 다변화
황금돼지해 이듬해였던 지난해 출산 특수를 누렸던 분유 업계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출산율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출산율 증감은 다음해 분유 매출에 반영되는데, 출산율은 지난해 3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분유 업계가 최근 다문화·다둥이 가정 우대에 적극 나서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등 ‘출산 침체’를 넘어서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14일 업계와 정부 자료를 보면, 황금돼지해였던 2007년 합계출산율은 전년도 1.13명에서 1.26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덕분에 2008년 분유 시장은 4273억원 규모로 2007년 3771억원에 견줘 13%가량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엔 경기 악화와 세계 금융대란을 거치면서 합계출산율이 다시 1.19명으로 줄었다. 분유 업계는 올 시장규모가 4100억원대로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출산 장려’는 분유 업계 생존에 필요한 정부 시책이 됐다. 실제 아이를 여럿 낳아 기르는 다둥이 가정은 분유 업계에 가장 반가운 고객이다. 분유 회사들은 이런 가정에 분유값을 깎아주는 우대 정책을 펼친다. 일동후디스는 애초 셋째 아이부터 분유 할인 혜택을 줬으나,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둘째 아이를 낳은 가정에도 분유·이유식을 15~20% 할인해준다. 남양유업도 셋째 이상한테 분유값을 10~20% 깎아준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국제결혼으로 베트남 등에서 이주하는 여성이 느는데다, 이들이 엄마가 되면 아이를 둘 이상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유 업계는 이달부터 분유에 다국어 표기를 시작했다. 남양·매일·일동후디스·파스퇴르는 제품 용기 겉면에 홈페이지 주소를 명기하고, 저마다 홈페이지에 베트남어·캄보디아어·영어·중국어 등 다국어로 제품 설명서를 올렸다. 남양유업과 일동후디스는 아예 제품 뚜껑 안쪽에 다국어 제품사용 설명서를 끼워넣었다. 남양유업 최재호 홍보팀장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은 기업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마케팅적 관심도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베트남 등에 분유 수출 비중도 매출의 10% 정도 되는데 현지 기업 활동에도 이미지 제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유 매출이 출산율에 연동되자 다른 시장을 두드리는 발걸음도 빨라졌다. 남양유업은 십 년 전인 1999년 분유 매출이 2070여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35% 비중이었지만, 지난해 분유 매출은 1570여억원으로 비중이 17%로 줄었다. 매일유업 역시 2001년 400g 기준 25만캔의 분유를 팔았다면, 지난해 판매는 14만캔 정도로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차음료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달 주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분유·유가공 업체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셈이다. 매일유업·일동후디스 등은 유가공 분야에서 성장 여력이 있는 시장을 키운다. 매일유업 박경배 홍보팀장은 “떠먹는 발효유로 ‘바이오거트 퓨어’ 신제품을 내놓고 김연아 같은 특급 모델을 내세웠다”면서 “치즈·떠먹는 발효유·프리미엄 우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유가공 시장을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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