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 레인콤 본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양덕준 레이콤 대표이사.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레인콤 양덕준 사장 인터뷰
회의가 잦아졌다. 분명 시련기다. 경영이란 언제나 전쟁이지만, 이제는 상대의 덩치가 다르다. 회사도 부쩍 커져 초창기처럼 그 혼자서 이끌던 규모를 넘어섰다. 예전과는 수준과 차원이 달라진 이 모든 장애물들이 레인콤 양덕준(54) 대표 앞에 놓여있다. 과연 그는 어떤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1분기 첫 적자 다시 초심으로
대기업과 경쟁 겪어야할 일
게릴라전에서 전면전으로 엠피3 ‘아이리버’ 브랜드로 유명한 레인콤이 처음으로 고비에 섰다. 설립 5년만인 지난해 매출액이 4천억원대로 올라섰고, 올해는 그 여세를 몰아 7800억원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지난 1분기 레인콤은 처음으로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의 애플이 주도하는 엠피3 시장에 삼성과 소니까지 뛰어들어 ‘밀어내기’식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진 탓이다. 여기에 휴대폰 중심으로 디지털 기기의 복합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엠피3라는 개별 기기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그래서 요즘 업계의 관심은 양 대표에게 더욱 쏠리고 있다. 기업 규모를 떠나 지금까지 세계 엠피3 업계의 흐름을 이끌어온 업체가 레인콤이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난 양 대표는 회의가 줄지어 기다리는 일정 속에서 짬을 내 인터뷰에 응했다. “처음 엠피3에 뛰어들 때처럼 힘들다”고 요즘 상황을 말하면서도 표정은 결코 어둡지는 않았다. “아이리버가 일찌감치 엠피3를 시작한 것 같지만 사실은 후발업체였어요. 처음 시작할 때에도 먼저 엠피3를 만들고 있던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했습다. 어차피 대기업에 밀리면 자생력이 없다는 이야기니, 언제나 겪어야하는 과정이죠. 다만 이제는 싸움이 게릴라전에서 전면전으로, 전술 차원에서 전략 차원으로 바뀐 것은 분명합니다.”
양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엠피3 업계의 구조조정이 하반기 마무리되면 국내 업체는 2~3개, 세계적으로는 5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속에 남기 위해 양 대표는 다음달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6종의 신개념 엠피3 신제품들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현재 잘 팔리고 있는 기존 제품 라인을 모두 조기 정리한다는 강수를 골랐다. 굳이 저가경쟁으로 치닫는 시장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이 정한 승부의 ‘룰’을 피해 레인콤 식으로 길을 찾기 위해서다. 사운을 결정할 새 제품들은 기술이 아닌 ‘개념’의 변화로 승부를 건다. 특히 사용자가 쉽게 쓸 수 있는 설계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디자인만으로는 차별화가 안됩니다. 개념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앞으로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는 사용자가 얼마나 쉽게 다룰 수 있고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느냐에서 결판이 날 겁니다. 그래서 기존 디지털 기기의 개념을 버리고 원점부터 다시 출발해 소비자들이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제품들이 채택할 새 유저 인터페이스(UI)는 ‘조그 스위치가 아니면서도 그런 기능을 갖춘 네방향 버튼’이 될 거라고 양 대표는 귀띔했다. 소비자를 다루기
양 대표가 이처럼 기기 자체가 아니라 그 사용법에 매달리는 것은 자신의 지론인 ‘콘텐츠웨어’ 개념에 따른 것이다. 하드웨어에 맞춰 콘텐츠를 공급하려는 지금 방식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하드웨어도 콘텐츠에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양 대표는 모든 기기가 융복합화하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방향이 지금 같은 기술적 결합이 아니라 콘텐츠를 새롭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담아내는 것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엠피3 이후 레인콤을 책임질 새로운 성장엔진도 이런 개념 아래에서 찾고 있다. 양 대표는 디지털 기술의 흐름이 콘텐츠 전송 방식에 따라 △브로드밴드 전달방식의 단말기인 엠피3와 휴대폰 △유무선 통합 방식인 와이브로 등으로 연결되는 자동차 중심의 모바일 기기 △무선으로 이어지는 홈미디어 등 3가지가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엔진도 이 가운데에서 고를 작정이다. “레인콤이 이동전화기 기능을 갖춘 엠피3를 내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올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레인콤이 과거 소니처럼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독특한 회사가 될 수 있을지 결정날 겁니다. 안되면 그냥 평범한 회사로 남는거지만, 꼭 그렇게 되야겠죠.”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대기업과 경쟁 겪어야할 일
게릴라전에서 전면전으로 엠피3 ‘아이리버’ 브랜드로 유명한 레인콤이 처음으로 고비에 섰다. 설립 5년만인 지난해 매출액이 4천억원대로 올라섰고, 올해는 그 여세를 몰아 7800억원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지난 1분기 레인콤은 처음으로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의 애플이 주도하는 엠피3 시장에 삼성과 소니까지 뛰어들어 ‘밀어내기’식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진 탓이다. 여기에 휴대폰 중심으로 디지털 기기의 복합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엠피3라는 개별 기기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그래서 요즘 업계의 관심은 양 대표에게 더욱 쏠리고 있다. 기업 규모를 떠나 지금까지 세계 엠피3 업계의 흐름을 이끌어온 업체가 레인콤이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난 양 대표는 회의가 줄지어 기다리는 일정 속에서 짬을 내 인터뷰에 응했다. “처음 엠피3에 뛰어들 때처럼 힘들다”고 요즘 상황을 말하면서도 표정은 결코 어둡지는 않았다. “아이리버가 일찌감치 엠피3를 시작한 것 같지만 사실은 후발업체였어요. 처음 시작할 때에도 먼저 엠피3를 만들고 있던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했습다. 어차피 대기업에 밀리면 자생력이 없다는 이야기니, 언제나 겪어야하는 과정이죠. 다만 이제는 싸움이 게릴라전에서 전면전으로, 전술 차원에서 전략 차원으로 바뀐 것은 분명합니다.”
양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엠피3 업계의 구조조정이 하반기 마무리되면 국내 업체는 2~3개, 세계적으로는 5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속에 남기 위해 양 대표는 다음달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6종의 신개념 엠피3 신제품들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현재 잘 팔리고 있는 기존 제품 라인을 모두 조기 정리한다는 강수를 골랐다. 굳이 저가경쟁으로 치닫는 시장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이 정한 승부의 ‘룰’을 피해 레인콤 식으로 길을 찾기 위해서다. 사운을 결정할 새 제품들은 기술이 아닌 ‘개념’의 변화로 승부를 건다. 특히 사용자가 쉽게 쓸 수 있는 설계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디자인만으로는 차별화가 안됩니다. 개념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앞으로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는 사용자가 얼마나 쉽게 다룰 수 있고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느냐에서 결판이 날 겁니다. 그래서 기존 디지털 기기의 개념을 버리고 원점부터 다시 출발해 소비자들이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제품들이 채택할 새 유저 인터페이스(UI)는 ‘조그 스위치가 아니면서도 그런 기능을 갖춘 네방향 버튼’이 될 거라고 양 대표는 귀띔했다. 소비자를 다루기
양 대표가 이처럼 기기 자체가 아니라 그 사용법에 매달리는 것은 자신의 지론인 ‘콘텐츠웨어’ 개념에 따른 것이다. 하드웨어에 맞춰 콘텐츠를 공급하려는 지금 방식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하드웨어도 콘텐츠에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양 대표는 모든 기기가 융복합화하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방향이 지금 같은 기술적 결합이 아니라 콘텐츠를 새롭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담아내는 것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엠피3 이후 레인콤을 책임질 새로운 성장엔진도 이런 개념 아래에서 찾고 있다. 양 대표는 디지털 기술의 흐름이 콘텐츠 전송 방식에 따라 △브로드밴드 전달방식의 단말기인 엠피3와 휴대폰 △유무선 통합 방식인 와이브로 등으로 연결되는 자동차 중심의 모바일 기기 △무선으로 이어지는 홈미디어 등 3가지가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엔진도 이 가운데에서 고를 작정이다. “레인콤이 이동전화기 기능을 갖춘 엠피3를 내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올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레인콤이 과거 소니처럼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독특한 회사가 될 수 있을지 결정날 겁니다. 안되면 그냥 평범한 회사로 남는거지만, 꼭 그렇게 되야겠죠.”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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