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통과 ‘금융지주회사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금산분리(재벌의 은행 소유 금지 등)의 빗장이 모두 풀렸다. 보험·증권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둘 수 있게 됐고,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금융지주회사에 소속된 은행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에 따른 사금고화와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정 금융지주회사법은 비은행 금융회사의 제조업 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안과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완화를 규정한 정부안을 합쳐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수정 제안한 법안이다. 핵심 내용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자회사로 두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는 12월부터 보험사와 증권사를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또 증권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는 제조업 손자회사도 거느릴 수 있다.
개정 법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규정한 금산분리 원칙을 허물어뜨릴 뿐 아니라, 금융 계열사와 제조업 계열사의 지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삼성에 특혜를 안겨준다는 비판에 맞닥뜨려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개정안 통과로 삼성은 총수 일가나 계열사가 돈을 들여 주식을 사들이지 않고도 생명·화재·카드 등 금융회사와 전자, 물산 등 비금융회사를 모두 포함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3대째 경영승계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오는 10월10일부터 산업자본이 은행 또는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현행 4%에서 9%로 늘어난다. 또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투자자)으로 출자한 비율이 10%를 초과한 사모투자펀드(PEF)를 산업자본으로 분류하던 기준도 18% 이상으로 풀리고,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의 사모투자펀드 출자지분 합계액 한도는 30%에서 36%로 확대된다. 공적 연기금은 산업자본에 해당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은행 지분을 9% 이상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산업자본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지분을 적극 취득할 수 있게 되고,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할 예정인 산업은행에도 산업자본이 대주주로 들어가는 게 허용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