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의 난’ 추스르기
아들 준경씨 “법적 대응 결정된 것없어”
동반퇴진 배경 “대우건설 매각 악재 돌파” 해석
아들 준경씨 “법적 대응 결정된 것없어”
동반퇴진 배경 “대우건설 매각 악재 돌파” 해석
박삼구, 박찬구 회장의 동반퇴진이라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29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사옥은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그룹은 일단 내부 추스르기에 나섰다. 갑자기 그룹 경영 총괄을 맡은 박찬법 신임 회장은 이날 출근 뒤 오남수 전략경영본부 사장 등과 회의를 열었고, 기옥 금호석유화학 사장도 임직원 회의를 열어 “업무 공백이 없도록 동요 없이 일처리를 잘하라”고 당부했다.
그룹 안팎의 관심은 전날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전격 해임된 박찬구(60) 화학부문 회장에게 쏠렸다. 박 회장은 당장 반격에 나서지는 않았다. 박 회장은 전날 오전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뒤 회사 관계자들과도 연락을 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고위임원은 “법적 대응 여부나 거취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29일 새벽까지 서울 한남동 자택 앞에서 기다렸지만, 집에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박찬구 회장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아들 박준경(31) 금호타이어 부장은 이날 회사에 정상 출근했다. 박 부장은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법적 대응은)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아버지와 이후 대응책을 논의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엔, 그는 “잘 모르겠다”거나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박찬구 회장이 이사회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박삼구 회장의 동반퇴진 발표로 일단락된 것 같은 ‘형제간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게 된다. 형제간 지분경쟁과 법적 다툼에 그룹 지배구조가 격랑 속에 빠져드는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작업에도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박찬구 회장은 이사회에서 해임안의 법적인 의미를 묻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본인이 이사회에 직접 들어왔고 절차상 문제될만한 것도 없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박삼구 회장뿐 아니라 다른 형제 일가들이 모두 박찬구 회장이 ‘형제 경영’의 룰을 깼다는 데 동의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찬구 회장 쪽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을 더 높여가거나 대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분율이 18.47%로 다른 형제 일가들의 지분을 합친 28.18%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에 그룹 안에선 박찬구 회장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주주로서의 발언권은 유지하더라도 그룹 경영엔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며 “추가 지분을 매집할 자금여력도 없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박삼구 회장이 동반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도 관심거리다. 박 회장은 전날 “(동생 해임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시장에 “경영실패 책임을 진다”는 신호를 던져 ‘대우건설 재매각’이라는 악재를 돌파해 나가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증시에선 금호그룹 관련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분경쟁의 핵심에 있는 금호석유화학만 소폭 올랐을 뿐이다. 시장은 오는 10월 공고를 앞두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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