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들 대기업 골목진출에 사업조정 신청
주유소도 예정…6일 소상공인단체협의회 결성
주유소도 예정…6일 소상공인단체협의회 결성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맞선 중소 상인들의 ‘반란’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이어 서점과 주유소, 제과점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1일 “서울시서점조합이 다음달 영등포 타임스퀘어 쇼핑몰 안에 들어설 교보문고가 인근 동네서점들의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30일 사업조정 신청서를 냈다”며 “검토 의견을 첨부해 중소기업청으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점을 앞둔 교보문고의 매장 면적은 8250㎡(2500평)로 초대형 규모다.
영등포 일대의 동네서점들은 이미 주변에 대형서점 3~4곳이 들어선 이후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태도다. 타임스퀘어에서 불과 1㎞ 남짓 떨어진 신길역 부근에서 36년째 서점을 운영해온 양명준 사장은 “대형서점이 생기면 반경 10㎞ 안에 있는 동네서점들이 모조리 타격을 입는다”며 “이미 주변 대형서점들 때문에 매출이 절반가량이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서울지역의 중소형 서점은 1200여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250곳가량으로 줄었다. 최성관 서울시서점조합 이사장은 “일본처럼 대형서점의 판매품목에서 참고서나 아동도서를 제외시키는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기 때문에 동네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상인들의 반발 움직임은 지난 16일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이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개점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을 낸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슈퍼마켓과 서점에 이어 주유소 상인들도 곧 사업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양재억 한국주유소협회 전무는 “대형마트 주유소가 생기면서 회원사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5일 회의에서 피해 사례를 수집해 사업조정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30여개 소상공인 단체들은 오는 6일 전국소상공인단체협의회를 결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설 태세다. 전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해 한국제과협회, 한국화훼협회, 한국화장품판매업협동조합, 대한안경사협회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반발하고 있는 단체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김경배 전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이 미봉책에만 그치지 말고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대기업의 무분별한 점포 확장뿐 아니라 소상공인에게 불리하게 책정된 카드 수수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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