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이
정부규제 무색…26개월째 연속 오름세
금융감독당국의 대출 규제에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 3조원대로 늘면서 2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계를 중심으로 한 시중은행들이 부실 위험이 큰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줄이는 대신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집중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3일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은행권의 7월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이 3조원을 이미 넘었다”며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은행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 2조2000억원 늘어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2~4월에 각각 3조3000억원 증가했고 5월에는 2조9000억원 순증했다. 이어 주택시장 비수기인 6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이 2년7개월만에 최대치인 3조8000억원이나 급증하자, 금융감독당국은 지난달 7일부터 수도권 비투기지역 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내리는 조처를 취했다.
이런 조처에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들지 않고 7월에도 두 달 연속 3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한 일부 은행에서는 감독당국의 대출 규제 조처에 상관없이 기존의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비수기지만 대출 수요가 줄지 않고 있고, 7월 초 대출 규제 이전에 이미 대출 승인된 부분도 있어 증가폭이 컸다”며 “일부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주택담보대출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 상승세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행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지난달 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 올라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도 전주 대비 0.1% 올라 각각 12주, 9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6월 말, 7월 초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주택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전국적으로 가격 상승지역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달 중순부터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시행하는 은행권 검사에서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점검하면서 담보인정비율 등 규정 위반 여부도 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또 대출 증가세와 함께 주택가격 오름세도 계속 유지될 경우, 담보인정비율 추가하향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지역 확대 등 추가 대출 규제조처도 검토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8월 주택담보대출 추이까지 지켜본 뒤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관계 당국과 협의를 통해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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