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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능력 검증 안된 2세경영 폐해 드러나

등록 2009-08-04 06:4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31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1관에서 열린 제5대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취임식에서 박찬법 새 회장(앞줄 왼쪽)에게 사기를 넘겨준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31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1관에서 열린 제5대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취임식에서 박찬법 새 회장(앞줄 왼쪽)에게 사기를 넘겨준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끊이지 않는 ‘재벌가 싸움’

재벌그룹에서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법적 공방으로 번진 경우는 금호그룹이 처음은 아니다. 기업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계열 분리와 주력 계열사의 경영난으로 이어져 그룹의 뿌리를 뒤흔드는 이런 싸움을 재벌가는 도대체 왜 되풀이하는 것일까.

“형제간 우애가 돈독해 걱정할 것 없다.” 박찬구 전 회장이 형제간 지분 ‘황금비율’을 깨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일 때 금호그룹 쪽이 내놓은 해명이다. 최근 박삼구·박찬구 회장 동반퇴진 뒤에도 그룹 쪽은 “가족 분위기상 법정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한번 금이 간 ‘우애’는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번 금호사태는 창업주에 이어 2세, 3세로 넘어오면서 더이상 가문의 결속력만으로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우리나라 재벌들이 집안 내분 때문에 해체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형제간 다툼으로 그룹이 쪼개진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그룹이다. 2000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물러나면서 정몽구·정몽헌 형제간에 다툼이 벌어졌고, 그룹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분리해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두산그룹은 2005년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둘째인 박용오씨에게 동생인 박용성씨에게 회장직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면서 ‘형제의 난’에 휘말렸다. 박용오 회장 쪽은 그룹의 편법 경영을 검찰에 진정했고,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형제들이 기소됐다. 대한항공, 한진중공업, 메리츠금융그룹 등을 나눠갖고 계열 분리를 끝낸 한진그룹 형제들도 2002년 아버지인 조중훈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뒤 집안끼리 소송중이다.

‘가족 경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웨덴 최대 재벌인 발렌베리 그룹은 후계자들이 해군장교에 복무하고 자력으로 외국유학을 가지 못하면 경영권 승계에서 배제한다. 5대에 걸쳐 오너경영을 하면서도 엄격하고 투명한 시이오(CEO) 선발 원칙은 확고했다. 110년 역사의 독일 기업 밀레도 4대째 가족경영을 하고 있으나 자식이나 형제라고 해서 경영권을 자동으로 물려주는 법이 없다. 세계 고급가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밀레는 밀레와 친칸이라는 두 가문의 자손 가운데 수십명을 경합시켜 후계자를 선정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늘 잡음이 불거져 나오는 우리 기업들의 ‘대물림’과는 대조적이다.

이참에 재벌기업의 지배·소유구조를 돌아보자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경영권을 형제 중 누가 잡느냐는 기업의 진로나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부 지분이 60%가 넘는 재벌기업의 지배·소유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도 “금호사태는 기업 경영권이 총수 일가의 호주머니 장난감처럼 운영되는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전근대적인 경영구조를 단적으로 드러낸 셈”이라며 “일반주주 대표자를 이사회에 참가시키고 공정한 사외이사를 확보하는 등 투명한 경영구조를 갖추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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