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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소비자가 원하면 28년 전 과자도 부활

등록 2009-08-04 14:04수정 2009-08-04 14:07

기업 생산라인 바꾸는 ‘크리슈머’
‘추억의 맛’ 못잊은 마니아들 성원에 재출시
우유 유통기한 ‘제조일 표시’도 소비자 제안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 만들게하기도
지난해 12월 농심이 내놓은 ‘비29’(사진)는 28년 만에 다시 부활한 과자다. ‘카레맛’을 내는 비29는 출시 초기인 1980년대 초만해도 특별한 입맛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만 깊은 인상을 남겼을 뿐, 그렇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비29가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이 과자를 기억하는 마니아들의 성원에 따른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는 ‘비29의 재출시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카페까지 개설돼 있는데, 현재 117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재출시된 비29 개발과정에는 카페 회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됐다. 카페와의 교류 창구인 농심의 주성용 사원은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시식평가를 했는데, 이제까지 실시했던 어떤 조사보다 꼼꼼하고 적극적인 의견을 내주어 놀랐다”고 말했다.

‘크리슈머’(Cresumer)가 밀려오고 있다. ‘창조적 소비자’를 뜻하는 크리슈머는 ‘창조’(Creative)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경로로 기업의 제품개발에서 디자인, 판매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소비층이다. 주요 기업의 마케팅담당 임원들은 “창조적 소비자만큼 앞선 감각과 통찰력을 갖춘 상품 개발자는 또 없을 것”이라고 크리슈머에게 경외감을 나타낼 정도다.

의류 회사인 쓰리알(3R)코퍼레이션의 캐주얼 브랜드 ‘지피에이’(GPA)는 지난달부터 온라인 전용 프로그램(사진)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만들어 팔고 있다. 지난 5월 베타서비스를 실시한 뒤 지금까지 올라온 도안은 1000개가 넘는다. 올해 12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운 지피에이 쪽은 이 가운데 20억가량을 이 부분에서 올리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티셔츠 디자인 프로그램과 소량 생산을 위한 맞춤형 설비를 도입하려 7억원을 투자했다. 그만큼 크리슈머의 잠재력을 믿는 것이다. 회사 쪽은 “이제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이 좋습니다’라고 강요하는 마케팅은 의미가 없다”며 “브랜드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의사소통과 상품 제작에 대한 개입으로 소비자와 기업이 윈-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지난 7월 1000ℓ 종이팩 용기 우유 제품에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모두 써넣은 ‘제조일자 표기제도’(사진)를 도입했다. 일부 식품회사에서 도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통기한에 민감한 우유업체에서 이를 실시한 것은 처음이다. 회사 쪽은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씻기 위해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우유는 이 ‘작은 변화’를 위해 생산라인을 바꾸고 10억원을 들여 새로운 설비를 도입했다. 회사 쪽은 “소비자의 알권리, 그리고 그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소비자 의견에 대한 존중이 결국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매출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이 비용절감하기에도 바쁠텐데,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이런 변화를 왜 추구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소비를 통해 필요를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창조적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엘지경제연구원의 정지예 책임연구원은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들이 생겨나면서 기업들이 크리슈머의 의견을 반영해 내부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품을 출시할 때 시장성을 판단하는 검증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크리슈머 참여 상품은 이미 그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어 결국 비용 측면에서도 기업한테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크리슈머(창조적 소비자)


‘창조’(Creative)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경로로 기업의 제품개발에서 디자인, 판매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소비층을 말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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