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형제간 갈등을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창업주 3세가 그룹 핵심부서로 자리를 옮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그룹은 박철완(31·사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을 지난 1일 그룹 전략경영본부로 전보 발령했다고 5일 밝혔다.
박철완 부장은 고 박인천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다. 2003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아시아나항공 과장으로 입사한 뒤 올해 부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장이 일하게 될 전략경영본부는 박삼구 명예회장의 아들 박세창(34) 상무가 근무하는 곳이다. 그룹 창업주 3세 가운데 고 박성용 회장의 아들인 박재영씨는 영화 공부를 위해 미국에 유학중이고, 박삼구 명예회장과 맞서고 있는 박찬구 전 석유화학부문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31)씨는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철완 부장의 이동이 그룹 3세로의 경영승계 구도 일환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해 그룹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부서로 옮긴 것”이라며 “박세창 상무도 금호타이어에서 일하다가 현재 자리로 옮겼다”고 말했다.
박찬구 회장을 의식해 ‘박세창과 박철완이 함께 움직인다’는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박삼구, 찬구 회장이 맞서는 상황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고 박성용 회장과 고 박정구 회장 가족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구 회장 부자가 금호산업 지분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일 때, 박세창 상무와 박철완 부장은 나란히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려 ‘공동 방어’에 나선 바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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