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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기회복 열매 ‘집·주식 부자’에 쏠림 심화

등록 2009-08-11 14:33

풀리는 경기, 커지는 자산격차 ①
저소득층과 격차 점점 커지는 악순환 불보듯
고용없는 성장정책 지속땐 다시 위기 올수도
나는 주가에 뛰는 집값. 연초 대비 40%나 오른 주식시장. 4개월째 이어지는 집값 상승세. 자산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가 침체의 깊은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우려와 탄식소리가 판을 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모습이다. 하지만 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린다는 명분 아래 자산시장 불씨만 잔뜩 키운 정부의 위기 대책은, 결국 우리 경제를 건전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한겨레>는 세 차례에 걸쳐 자산 양극화의 실태, 원인과 파장, 대책을 짚어보면서, 최근의 자산시장 열기에 가려진 우리 경제의 ‘또다른 얼굴’을 짚어본다.

#1.중견 대기업 임원 생활 3년째인 40대 후반의 김아무개씨. 5년 전 산 경기 분당의 182㎡(55평형)짜리 아파트 시세는 최근 10억원을 넘어섰다. 호가는 몇달 새 가뿐히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그가 2002년에 1억8000만원을 주고 사두었던 경기도 고양시의 소형아파트는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뒤 지금은 시세가 갑절로 뛴 상태다. 그는 1억원을 갓 넘는 연봉을 쪼개 주식투자에도 3000만원가량을 굴리고 있다.

#2.8년째 수원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아무개(41)씨가 사는 곳은 경기도 시흥이다. 중소기업치고는 탄탄한 기반을 잡은 터라 상대적으로 불황을 덜 타고 있는데도 4000만원대 초반의 연봉으로는 아직 82㎡(25평형)짜리 아파트 전세 생활을 벗어나기가 버거운 처지다. 전세자금을 대느라 약간의 은행빚까지 지다보니 주식 같은 곳에 돈을 굴릴 꿈도 꾸지 못한다. 집값 상승세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질 때면, 그는 부르르 몸이 떨리는 걸 느낀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경제를 살린다며 마구 풀어댄 돈이 이제 자산시장을 달구는 불쏘시개 노릇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에 돌아가는 열매의 크기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상하위 계층 사이에 소득격차보다 더 큰 자산격차의 골이 생기고 있다. 이런 자산격차는 다시 소득격차를 더욱 키우는 구조적 악순환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 들뜬 시장에 소비도 맞장구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의 상승세엔 갈수록 탄력이 붙고 있다. 7월 중 전국의 집값은 전달에 견줘 0.3% 올라 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은 6월(0.2%)보다 더 커졌다. 특히 7월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의 경매시장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낙찰가총액이 1510억3167만원으로, 6월(1020억7065만원)에 견줘 48%나 급증했다.

주식시장의 열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10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1576.11으로 연초 대비 40.2%나 급등했다. 올들어 늘어난 시가총액만 어림잡아 250조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에 이르는 규모다. 6~7월에 주식시장으로 흘러든 고객예탁금은 1조6600억원을 웃돈다.


부동산과 주식의 급등으로 경기회복의 기운이 완연해 보인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 3월 이후 4개월째 오름세를 타고 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선 상태다.

■상하위 20%, 자산 격차 20배까지

하지만 경기침체 뒤에 찾아온 자산시장 급등세는 우리 경제의 또다른 뇌관으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자산규모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경기회복의 열매를 불균등하게 나눠갖게 되는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유경준 재정평가실장은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위기를 자산 증식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어, 위기가 차츰 사라진 뒤에는 자연스레 자산격차가 더 벌어지게 마련“이라며, “외환위기 때 그랬듯이 이번 경제위기 뒤에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 말했다.

카드사태의 여파로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3년 전후에도 그랬다. 전국의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1999년 시세를 기준치(100)로 잡았을 때, 2002년과 2003년 두해 동안 무려 40포인트 넘게 올랐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남상호 연구위원이 추산한 이 기간 도시근로자가구의 순자산 지니계수는 2002년 0.7058에서 2003년엔 0.7471로 급등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에서 계층간 불평등 정도가 빠르게 심해졌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소득보다 자산의 불평등 정도가 더 심한 구조에 빠져들었다. 삼성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상하위 20% 계층의 총자산 격차는 19.5배, 부동산자산 격차는 23배. 금융자산 격차는 12.1배에 이른다. 같은 해 도시근로자가구 소득5분위 배율(5.43배)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남상호 연구위원은 “노동패널 조사 결과, 1999년에 자산 보유 상위 5% 계층이 우리나라 전체 순자산의 30.9%를 가지고 있었지만 2006년에는 39.8%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 고용없는 성장, 자산격차 부채질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의 계층간 자산격차는 추세적으로 끝없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용없는 성장’이 굳어지다보니, 실물부문의 견실한 성장을 통한 저소득층의 자산형성 기회가 처음부터 봉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경원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실장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무엇보다 소득 흐름이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어 자산격차는 이번 위기 이전보다 질적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위기대책이라며 자산계층에 더 유리한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도 자산격차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조복현 한밭대 교수(경제학)는 “정부는 무조건 돈을 쏟아부어 자산시장을 살리는 데 무게를 두지 않았냐”며 “이는 곧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상대적으로 자산을 더 많이 가진 계층에게 더 많은 열매가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부동산계급>을 쓴 손낙구씨는 “외환위기 당시 경기를 살린다며 2채 이상 집을 사도 양도세를 안물렸는데, 당시 3억2100만원에 분양받은 타워팰리스 116㎡짜리가 2006년 11월에 14억8000만원에 팔렸다”며, “이번 위기 때도 정부가 보란듯이 각종 규제를 풀어 결국 자산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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