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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동네슈퍼의 변신 “매출이 늘었어요”

등록 2009-08-20 20:42

매장 진열대 관리와 운영자교육 등 컨설팅 작업을 마친 노병일 광명시 슈퍼마켓 협동조합 상무이사(왼쪽 첫째)와 성하영 유통경영연구원 대표(왼쪽 둘째)이 18일 오후 서울 개봉동 코리아마트 현대점에서 김영태(오른쪽 둘째)사장 부부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매장 진열대 관리와 운영자교육 등 컨설팅 작업을 마친 노병일 광명시 슈퍼마켓 협동조합 상무이사(왼쪽 첫째)와 성하영 유통경영연구원 대표(왼쪽 둘째)이 18일 오후 서울 개봉동 코리아마트 현대점에서 김영태(오른쪽 둘째)사장 부부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광명시 슈퍼협동조합 ‘컨설팅’ 효과 톡톡
어수선한 진열대 깔끔하게 정리·새단장
유통기한·위생관리 철저히…친절은 덤
“소비자 스스로 찾게 만드는게 생존 열쇠”
“사업조정 신청과 같이 제도나 법으로 기업형 슈퍼마켓 진출을 제한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우리도 압니다. 동네 슈퍼도 경쟁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요.”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차별 출점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난 13일 오후, 경기 광명시 광명동에서 9년째 슈퍼마켓 ‘새마을공판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철(36)씨는 사뭇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동네 슈퍼에서 시작된 대기업-중소 상인간 갈등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서점, 주유소, 의류 유통 등 다양한 업종으로 번지고 있는 터였다. 박씨는 “결국 생존의 열쇠는 소비자들이 동네 슈퍼마켓을 스스로 찾도록 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가 슈퍼마켓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박씨가 터전을 잡은 광명시 일대 슈퍼마켓들은 사전조정신청 제도와 같은 ‘약자 보호’의 틀에만 기대지 않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공세에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해 위기를 넘기고 있다. 박씨와 비슷한 처지의 25개 동네 슈퍼마켓들은 광명시 수퍼마켓협동조합의 컨설팅 도움을 받아 경쟁력을 크게 키웠다. 결과는 소비자 반응과 매출 상승으로 나타났다. 무더위가 한껏 기승을 부리던 이날 광명동의 동네 슈퍼마켓 컨설팅 현장을 찾았다.

“장사 잘 되세요?” 광명시 수퍼마켓협동조합의 노병일 상무이사가 동네 주민처럼 한마디를 건넨다. “피오피 광고(POP·판매 시점 광고)를 좀 더 보기 좋게 해 놓아야 할텐데…. 과일은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았더니 오늘은 진열대가 드문드문 비네요.” 코리아마트 현대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태(39)씨가 대답했다. 김씨는 지난해 슈퍼마켓 운영 컨설팅을 받았다. 노 상무는 “진열대 제일 앞줄에 같은 물건은 절대 2개 이상 놓지 말아요. 그래야 진열 품목을 늘릴 수 있으니까. ‘품목수를 늘리면 손님이 는다’는 말 잊지 말아요”라고 말하며 가게 안 이곳저곳을 살핀다. 이날 김씨는 자신의 얼굴을 인쇄해 넣은 앞치마를 입었다. 컨설팅 중에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상인들의 얼굴을 넣은 앞치마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수퍼조합 쪽은 바로 그 의견을 행동으로 옮겼다.


동네 슈퍼마켓 컨설팅 뒤 매출 변화
동네 슈퍼마켓 컨설팅 뒤 매출 변화
광명시 수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해 8월부터 석달 동안 25개 회원사에서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슈퍼마켓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슈퍼마켓 운영자에게 단체 교육과 현장 컨설팅 등을 제공했다. 청결 유지부터 매장·재고 관리, 홍보·집객 방안 마련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장 컨설팅이 이뤄졌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다가 2000년부터 조합 상근자를 지낸 노 상무는 시범 사업에서 컨설턴트를 자임했고, 유통경영연구원의 성하영 대표도 컨설팅 현장에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이들은 거의 매일 25개 동네 슈퍼마켓을 일일이 돌며 실태조사부터 진열대 구성, 서비스 교육을 진행했다. 성 대표는 “한달에 걸친 실태조사를 거쳐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을 모아 교육자료와 매장 운영 체크리스트, 가격 표시 인쇄물 등을 손수 만들었다”고 말했다.

컨설팅 효과는 매출 상승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던 지난해 하반기 현장 컨설팅을 중점적으로 펼친 슈퍼마켓 5곳의 8~11월 하루 평균 매출은 2~7월에 견줘 9% 증가했다. 나머지 20개 점포의 매출도 5% 늘었다. 이들 25개 슈퍼마켓 가운데 지난해 7월 매출이 1월에 견줘 늘었다는 곳은 2개에 그쳤지만, 컨설팅을 거치고 나서는 14개 점포로 늘었다. 새마을공판장 주인 박씨는 “시설 개선도 제대로 못했지만, 올해 7월 하루 평균 매출이 지난해 7월보다 50만원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통기한·신선식품 위생 관리와 고객에게 친절하게 인사하기, 진열대 사이 통로에 상품 놓지 않기 등 누구나 다 알 법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 소소한 실천 사항들이 매장에 적용되자 시범 사업에 참여한 상인들은 웃을 수 있었다. 새마을공판장의 단골인 이문영(48)씨는 “가게가 점점 깔끔해지고, 주인도 예전보다 더욱 밝아진 모습”이라며 “우유 같은 냉장식품을 살 때는 한번 더 따져봤었지만 이제는 예전보다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컨설팅 사업은 올해 전국 800여개 동네 슈퍼마켓으로 확대됐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원 조금제 과장은 “상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컨설팅 사업을 펼치면서 상인들은 매출 상승이란 열매를 얻고, 소비자들은 슈퍼마켓에 대한 신뢰를 쌓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광명/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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