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현대상사 중남미 등 공략 반기이익 최대
하반기에도 잇딴 자원개발 참여…실적전망 밝아
하반기에도 잇딴 자원개발 참여…실적전망 밝아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공격적으로 뚫은 덕분입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무역활동이 움츠러들고 상품가격이 하락하는 ‘악재’ 속에서도 국내 종합상사 대부분이 올 상반기에 영업이익을 크게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종합상사들은 좋은 실적을 거둔 ‘일등공신’으로 세계 구석구석에 뻗어있는 탄탄한 영업망을 꼽았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4.36% 증가한 964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이익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다. 철강, 금속, 화학 분야에서 그동안 닦아놓은 장기거래선 덕분에 영업실적이 좋았고, 케냐와 이집트에 열연코일 6만t을 수출하고 알제리와 리비아 등에 1000만달러어치 중장비를 수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흥시장 개척전략을 편 덕분이다. 김상욱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는 “지난해부터 기존 시장에 안주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전략적으로 공략해왔다”고 말했다. 페루와 투르크메니스탄 등에 새로 지사도 열었다.
현대종합상사도 올 상반기 매출은 약간 줄었지만 ‘내실’을 챙겼다. 지난해보다 58.3% 늘어난 영업이익 418억원은 지난 2001년 이후 달성한 최고 반기 이익이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브라질, 알제리 등에 전문 영업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등 신시장 개척에 힘써온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아직 많이 진출하지 못한 신흥시장이 거미줄 같은 국외 영업인력 네트워크를 갖춰둔 종합상사에겐 ‘기회의 땅’이 된 셈이다.
탐사, 개발 등 몇 년간의 ‘숙성’을 거친 국외자원개발사업도 자원 가치가 현실화되면서 실적 상승에 보탬이 됐다. 엘지상사는 상반기 10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2006년 이후 반기 최대 이익이다. 지난 2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오만 웨스트부카 유전과 인도네시아 유연탄광 등의 수익이 2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됐다. 하반기에는 카자흐스탄 유전과 중국 유연탄광 생산도 예정돼있다.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갑절 이상 늘어난 삼성물산도 자원개발의 덕을 톡톡히 봤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카타르, 오만 등 엘엔지(LNG) 가스전 배당이익이 실적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종합상사의 실적 전망은 밝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어 다음달부터 미얀마 가스전 개발사업에 모두 2조957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회사 쪽은 여기서 이르면 2013년부터 연간 380만t의 액화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공을 들여온 미얀마 자원개발사업이 비로소 ‘열매’를 딸 단계에 접어들면서,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에스케이네트웍스는 조만간 인도네시아 유연탄 광구 생산이 시작되면, 채광 뿐 아니라 광산에서 항만에 이르는 철도, 도로 건설과 발전소 건설 등 대규모 ‘플랫폼형 자원개발’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한국 철강 생산량 증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철강·금속 분야 비중이 높은 종합상사의 영업이익도 전분기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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