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손욱 회장(64)
손욱 회장, 유기농·전통발효 제품 확대 밝혀
“세계에서 연간 1000억개의 라면이 팔리고, 중국에서만 500억개가 팔립니다.”
농심 손욱 회장(64·사진)은 지난 4일 경북 구미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식품기업’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라면은 한 명당 연간 65개로, 한 해 32억~34억개 수준이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 1조6700억원 가운데 라면에서 1조2500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수출은 600억원 정도에 그쳤다. 손 회장은 “농심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창립 50돌을 맞는 2015년까지 중국 시장 10%를 잡는 데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2015년 국외 매출 1조원을 포함해 총 4조원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손 회장은 또 ‘장수식품’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라면은 값싸게 즐겨먹는 국민식품이지만 높은 칼로리와 나트륨 비중 때문에 ‘웰빙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장수식품으로 불릴 수 있는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고, 유기농·전통발효 원료 등을 활용하거나 인공첨가물을 최대한 줄인 상품들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전통 냉면을 라면처럼 산업화한 둥지냉면, 튀기지 않은 건면, 쌀국수 등 장수식품군을 확대해 2015년까지 매출 30% 비중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최근 밀가루 값이 떨어지면서 라면 값 인하 요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곤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치솟으면서 라면값을 200원 올려야 했는데, 100원만 올리고 나머지 부담은 원가 절감으로 흡수했다”며 “밀가루 말고도 다른 수입자재 가격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면 값 인하에 직접적인 답변을 못하는 것을 이해해달라”면서도, 사실상 인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농심은 연간 밀가루 구입비가 1700억원대로, 이번 밀가루 값 인하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구미/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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